무역적자 장기화·러시아 지정학적 우려 등 영향
저항선 뚫리면 1300원대 후반까지 열어놔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흥국 통화 중에선 유독 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의 단기 저항선을 1350원으로 보고, 1300원대 후반까지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60원 내린 1332.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날까지 원/달러 환율은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1335원선에 육박했다.
지난 2월 2일 1220원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한 달 만에 1320원선을 넘어선 뒤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와프를 체결하면서 1200원대로 내려앉는 듯 했지만, 곧바로 6거래일 연속 치솟았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8.2원)보다 6.6원 뛴 1334.8원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3.04.24 hwang@newspim.com |
이는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장기화, 러시아·중국의 지정학적 우려 등이 커진 데 이어, 외국인 배당 송금 수요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65억 84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절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무역적자는 달러 유출을 의미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 요인이다.
미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추가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1.75% 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에 따라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대통령 발언 등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원화 가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시장에선 단기 저항선인 1350원선이 뚫릴 경우 1300원대 후반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비관적인 수출경기 전망 탓에 원화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 부진이 우려된다"며 환율이 1350원 저항선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다음 저항선은 1350원으로 보고 있다"며 "저항선이 뚫리면 1360원선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달러 약세 효과보다 신용 긴축이 진행되는데 따른 달러 강세 압력이 우세해질 전망"이라며 "미국 은행위기 진행상황과 신용긴축 강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까지 상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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