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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가든'이래 쉼없이 달려온 심영철,'듀얼 리얼리티'탐구하다

기사입력 : 2023년04월28일 22:00

최종수정 : 2023년04월28일 22:23

설치미술가 심영철,인사동 선화랑서 '댄싱가든'전
꽃비·흙·물·하늘 테마의 입체적 테크놀로지 아트
관객 참여해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아트 선보여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 때 '일렉트로닉 가든'이란 미디어 설치작품으로 큰 주목을 끌었던 작가 심영철. 이후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부문을 쉼없이 달려온 그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 초대로 52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선화랑 제 1전시실에 설치된 심영철의 '꽃비 정원'. 2023.가변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자개, 빔 프로젝터, 컴퓨터, 인터랙티브 그래픽, AR. 벚꽃 형상의 대형조형물 주위로 자개로 제작한 벚꽃과 특수 영상, 사운드, 향기까지 어우러져 환상적인 꽃의 향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공간설치 작품이다. 2023.04.27 art29@newspim.com

작가 데뷔 40년, 설치미술가로 활동한지 30여 년을 헤아리는 심영철은 이번 전시 또한 다루기 까다롭고 힘든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든가 유리, 물 등의 소재를 첨단 테크놀로지 기법과 어우러지게 한 대형 설치작업을 구현했다.   

1층부터 4층까지 선화랑 전관에 심영철은 그간 몰두해온 40년 예술세계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자연과 환경, 빛과 어둠, 인간과 신, 삶과 죽음 등의 주제를 끈질기게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에 그간의 작업의 완결판이라 할 중간회고전을 모두 넉점의 대형 정원(가든) 작품으로 풀어냈다. 즉 '하나의 층에, 하나의 테마로, 하나의 대규모 설치미술'을 선보이며 공간을 연출했다. 이같은 도전이 가능한 것은 국내를 대표하는 설치미술가로서 오랫동안 누구도 가지않은 길을 개척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해왔기 때문이다. 미답지를 향해 진격하고, 최신 기술을 작업에 녹여내며 조형적으로 활용함에 있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뚝심은 그를 국내 설치미술가 중 가장 앞자리에 서게 만든 동력이다.

[서울 뉴스핌] 제 1전시실 입구를 작가 심영철(사진)은 어머니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토굴 형상으로 특별 제작했다. 입구를 건너면 조개로 만든 벚꽃 송이들과 꽃잎 형상 대형 조형물로 꾸며진 환상적인 '꽃비 정원'이 펼쳐진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27 art29@newspim.com

작가는 지난 2002년 '환경을 위한 모뉴멘탈 가든'을 작업의 분기점으로 삼는다. 이 작업은 많은 메타포를 지니고 있는 데다, 일평생 탐구해온 '신이 창조한 자연'과 그 환경 속 인간 존재를 파고든 대표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미 20년 전에 심영철은 마치 오늘 지구촌을 뒤덮다시피 한 여러 재앙들을 작품을 통해 예고했다. 지구환경 문제와 인간의 탐욕 등을 갈파하며, 진중한 메시지가 담긴 작업을 선보였던 것이다. 최근 전지구적 재앙으로 불리며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대지진, 홍수, 화재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작가는 '환경과의 공생'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끝없이 화두를 던져왔다.

[서울 뉴스핌] 심영철 '꽃비 정원', 2023.가변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자개, 빔 프로젝터, 컴퓨터, 인터랙티브 그래픽, AR 등 [이미지제공=심영철,선화랑] 2023.04.28 art29@newspim.com

이렇듯 자연과 인간, 성(聖)과 속, 이성과 욕망, 영원과 찰나 등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는 이후 시크릿 가든-매트릭스 가든-블리스플 가든으로 이어진 일련의 '가든'(정원) 연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댄싱 가든(춤추는 정원)'이라는 타이틀로 4개의 소주제를 각각의 전시장에 장대하면서도 밀도있게 펼쳐놓았다.

심영철의 모든 '가든' 연작에는 '꽃'이 반드시 등장한다. 그에게 '꽃'은 미적, 조형적 대상이다. 동시에 조물주가 인간에게 허락한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성을 가리키는 표상이다. 그저 예쁘고 아름다운 대상이 아니라 생명을 은유하는 이데아인 것. 이번 작품전에서 그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찬란하게 피어오르는 '벚꽃' 을 주요 테마로 대규모 신작을 제작했다. 특히 올해는 벚꽃이 어느 때보다 일찍 만개해, 길고도 답답했던 팬데믹을 겪은 우리에게 더없이 짜릿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화려하게 핀 벚꽃이 너무도 순식간에 그 탐스런 꽃잎을 떨구듯 우리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두가지의 진실, 즉 '듀얼 리얼리티(Dual Reality)'를 성찰해야 한다고. 환희에 깃든 슬픔, 희망의 이면에 숨은 소멸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메시지를 심영철은 4개층에 스펙타클하게 구현했다.

전시작들은 6,7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지만 모두 이번 개인전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공간 설치작업이다. 넉점 의 작품은 한결같이 멀티 채널의 다차원적 조형작업이자, 관객과의 참여로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아트인 것이 공통점이다. "언제나 나의 작품은 관객이 내 작품 속으로 들어오고, 터치하고, 참여함으로써 완성된다"는 그간의 신념이 이번에도 똑같이 작용했다. 

심영철은 여러 장르의 멀티미디어를 한 편의 교향곡처럼 유기적으로 직조해낸다. 그 교향곡은 아름답고 처연한 동시에 관객에게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꽃비 정원'(Flower-Rain Garden)이라 명명된 제 1전시실이 바로 그렇다. 토굴의 초입같은 길고 좁은 출입구를 건너면, 벚꽃이 흩날리는 영상이 전시장에 전방위로 투사되는 거대한 인터랙티브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 뉴스핌] 제 2전시실 '흙의 정원'에 설치된 고려청자 형상의 대형 조각 '빛의 도자기'. 청자 또한 흙으로 빚어 구운 것이어서 흙의 정원에 자리했다. 고인돌과 흙, 식물이 청자를 받치고 있고, 금속으로 제작한 청자의 구멍(벚꽃 형상으로 타공)으로 오색의 빛이 시시각각 뿜어져 나온다. 2023.04.27 art29@newspim.com

천장에는 우윳빛 자개를 일일이 이어붙여 만든 벚꽃들이 무수히 매달려 있고, 전시장 중앙에는 벚꽃 형상의 거대한 거울 방이 자리잡고 있다. 형상과 빛, 그림자와 사운드가 무한대로 이어지는 '인피니티 공간'이다. 2.5m 높이의 벚꽃 형상의 거울 방에 들어서면 흐드러지게 핀 자개 벚꽃과 꽃비 영상, 그리고 사운드와 향기가 점증하듯 고조되며 관객을 무한의 세계로 이끈다.

꿈인지 생시인지, 판타지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손으로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생명, 환희와 슬픔을 동시에 감지하게 된다. 꽃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지만 심영철이 만든 꽃비 정원에서는 영원한 생명처럼 끝없이 움직이고 교차하며 회전한다. 에덴동산이란 결코 실낙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구현된 '영원한 낙원'이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예술이 때때로 인간을 '구원의 순간'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서울 뉴스핌] 심영철 '흙의 정원'. 2023. 가변설치. 가로 10m가 넘는 부조 회화 '그림자 산수'와 청자 형태의 조형물 '빛의 도자기'가 제 2전시실에 함께 어우러졌다. [이미지 제공=심영철, 선화랑] 2023.04.27 art29@newspim.com

제 2 전시실은 차분한 '흙의 정원(Soil Garden)'이다. 흙은 곧 '자연'을 상징한다. 모든 생명이 흙으로부터 나오고, 흙으로 돌아가듯 작가는 흙으로부터 발원한 공간을 자연이 자리한 공간, 역사적 전통이 자리한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야구공 또는 탁구공 크기만한 스테인리스 스틸볼 수천 여개를 가로 10m, 높이 2m의 대형 캔버스에 끝없이 이어붙이며 심영철은 한국의 산하를 장엄하게 표현했다. 스틸볼의 그림자들이 한국의 산천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그림자 산수(Shadow Sansu)' 작품이다.

전시장 한 켠에는 벚꽃이 새겨진 고려청자 형상의 조형물이 우뚝 서있다. 심영철은 스테인리스 스틸 몸체에 작은 구멍을 꽃형상으로 뚫어 청자 내부에서 신비로운 빛이 꽃송이처럼 퍼져나가도록 했다. '빛의 도자기(Ceramics of Light)'라는 타이틀의 이 대형 조각은 고인돌 위에 당당히 세워졌는데, 흙이 불을 만나 '시간의 흔적'을 아로새긴 청자를 통해 전시장은 역사의 공간이 됐다. 

[서울 뉴스핌] 심영철 '물의 정원'. 2023. 가변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 도금, 물 등.2023.04.27 art29@newspim.com

제 3 전시실은 찰랑거리는 물이 전시장 바닥을 채운 '물의 정원(Water Garden)'이다. 그 물 위에 화려한 연꽃이 꽃술을 드리운채 자리했다. 여기서 물은 모든 것을 살리는 신성한 생명수를 은유한다. 물이 채워진 커다란 검은 수조 안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3개의 꽃은 너무나 크고 강렬하다. 꽃의 몸체를 빠져나온 여러 색상의 빛들이 전시장 전체를 오묘하게 물들이며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고 있다. 꽃들 주변에는 고온에서 입으로 블어 만든 커다란 유리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잠시 후 곧 수조로 떨어질 듯 긴장감을 선사한다. 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조용한 명상의 공간에 살짝 파문이 인다.

[서울 뉴스핌] 심영철 '물의 정원'. 2023. 거울,유리. 60x49cm(each) [이미지제공=심영철,선화랑] 2023.04.27 art29@newspim.com

제 4전시실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늘 정원(Sky Garden)'이다.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판들로 만들어진 한 쌍의의 연인이 가느다란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뜨겁게 입을 맞추고 있다. 연인들 주위로 몸체에서 떨어져나온 원형판이 공중에 흩뿌려져 있다. 흙을 빚어 만들었다는 최초의 인류 아담과 이브일까? 아니면 1년마다 오작교에서 만나는 견우와 직녀일까? 성서, 또는 설화 속 인간의 사랑은 환희와 비애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작가는 '하늘 정원'을 통해 낙원을 떠났던 인간이 하나님과 화해하며, 진정한 사랑에 닿기를 갈구하고 있다.

[서울 뉴스핌]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은 남녀 형상의 인물이 공중에 매달린 제 4전시실의 설치작품 '하늘 정원'. 우레탄 도금을 한 동그란 스테인리스틸 판을 끝없이 이어붙여 인물형상을 만든 뒤, 내부에 심장에 해당되는 둥근 조명을 설치해 빛을 발하게 했다. [이미지 제공=심영철, 선화랑] 2023.04.27 art29@newspim.com

모두 4개층에 펼쳐 구현된 심영철의 설치작품은 자연요소, 인공요소, 테크놀로지가 다층적으로 혼용되며 시적 서사적 메시지를 전한다. 자연과 인공, 물질과 데이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가뿐히 넘나들고, 교차하는 그의 작품은 방법론적, 개념적으로 독보적이다. 이같은 입체적인 멀티 미디어아트를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작가는 KAIST, KIST는 물론 수많은 과학실험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고, 각종 테크놀로지를 작품에 녹여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심영철은 "현대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은 점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살아간다. 내 작업 또한 자연을 전시실에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원용하며 실험을 거듭했다. 컴퓨터와 마우스 클릭만으로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망각해선 안되는 가장 근원적인 것들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구원은 가능한 것인지 함께 묻고 싶었다"고 했다.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심영철의 작품세계를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가 언급했던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s)' 개념에 대입해 분석했다. 헤테로스(다른)와 토포스(장소)가 결합된 헤테로토피아라는 용어는 '현실화된 유토피아, 또는 '국지화된 유토피아'를 가리킨다. 그는 "심영철의 작업이 현실에 있는 듯하지만 실재하는 장소의 바깥에 있는, 또다른 공간 혹은 반(反)공간을 표상한다며 천연의 자연요소(땅 하늘 물 식물)와 기하학적 인공요소(건축물 파빌리온 벽 등)가 한데 맞물린 페르시아 정원처럼 심영철의 가든 연작은 복수의 공간이 겹쳐진 페르시아 정원을 닮아 있다"고 평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공존하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교차하는 심영철의 작품은 종국적으로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 사랑은 기쁨, 환희이기도 하지만 슬픔이자 처연함이기도 하다. 이렇듯 작가는 사랑의 양면성과 인간의 양면성, 즉 듀얼 리얼리티를 우리 앞에 예술적 언어로 드러냄으로써 함께 성찰해볼 것을 권유한다. 이 세상에 잠시 소풍 오듯 머물다가는 유한한 존재로서,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심영철은 절실하게 묻고 있다. 

[서울 뉴스핌] 심영철이 대학원을 졸업하며 선보인 설치작품 '빗의 단계적 표상',1983. 일상에서 쓰는 빗에 여성의 삶을 빗대어 조망한 작업이다.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당시 미술회관)에서 가진 1회 개인전 때 출품했다. 정관모 당시 지도교수로부터 "발상이 새롭고 조형적 구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사진 제공=심영철] 2023.04.28 art29@newspim.com

 성신여대 조소과와 미국 오티스 파슨스와 UCLA 대학원을 졸업하고 설치미술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심영철은 수원대학교 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토탈미술상(1994), 한국미술작가상(2001) 석주미술상(2007) 등을 수상했고,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워커힐미술관 예술의전당 아셈타워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선화랑에서의 심영철 전시는 5월3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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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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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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