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경 교수, 서울시와 면담…의료관광·원격 의료서비스 제안
오세훈 "백병원 주변 병원과 상호보완, 존치 방법론 찾는 중"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설립 83년 만에 폐원 위기에 놓인 서울백병원을 살리기 위해 병원 설립자 백인제 선생의 후손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서울 명동에 인접한 지리적 특성과 원격의료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의료관광 중심 특화 병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도 서울시 측에 제안했다.
서울시는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투자 유치를 한 뒤 백병원이 의료시설로 계속 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백병원 이사회가 폐업 결정을 내린 가운데 서울시와 후손들의 '백병원 구하기' 노력이 막판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후손 대표인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3일 서울시청에서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면담을 갖고 "서울백병원을 글로벌 K메디컬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백 교수는 백인제 선생 조카이자 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의 차녀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해 백 선생 제자인 장기려 박사의 손자 장여구 인제의대 교수도 뜻을 같이했다.
백 교수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 근대화 중요 유산인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귀중한 역사의 손실"이라며 "도심 공동화·적자 등을 이유로 백병원을 폐업하는 것에 반대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설립자인 큰아버지(백 선생)와 선친은 적자를 이유로 한 병원 폐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병원을 사유 재산이나 수익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백병원 폐업 관련 이사회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 중구 백병원에서 폐업을 반대하는 직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2023.06.20 pangbin@newspim.com |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개원해 82년간 자리를 지켜 온 서울백병원은 10년간 1745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0일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폐업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 도심에 마지막 남은 종합병원이 사라지면 지역 내 의료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에 서울시도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 교수는 서울 도심에 있는 서울백병원의 입지 조건을 고려해 건강검진 등 외국인 관광객에 특화된 의료서비스 센터로서 적합하다고 보고 글로벌 K메디컬 산업 허브(가칭)를 구축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고 원격의료 서비스 사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튀르키예 지진 복구를 지원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백 교수는 대학과 병원 위기 극복을 도모하고자 오는 8월로 예정된 인제대 총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 국내외 기업·투자자들과 함께 서울백병원을 살리기 위한 논의에도 착수한다.
그는 "만약 경제적 논리로 수익이 나지 않아 폐원한다면 다음 차례는 인제대 폐교 수순이 될 것"이라며 "의과대 외에는 어려움 겪는 지방대를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교수들이 많은데 이는 백 선생과 백 전 이사장의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면담 이전에 열린 민선8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백병원 문제와 관련해 "백병원을 살릴 방안을 찾고 있다"며 "백병원을 중심으로 반경 3km 내 서울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다섯 군데가 있으나 기능상 상호 보완이 가능하도록 중구청과 협의해 해법을 모색하겠다.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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