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출토 청동유물 比 수량 '월등'...고려 불교 의례 연구 자료 가치 '탁월'
[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경주의 흥륜사 서편에서 통일신라 금동불상과 향로·촛대 등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가 가득 든 철솥 유물 54점이 쏟아졌다.
경주시는 (재)춘추문화재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경주시 사정동 소재 흥륜사 서편 일원의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 관련한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의 유적과 청동 공양구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경북 경주의 흥륜사 서편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통일신라기 금동불상.[사진=경주시]2023.07.05 nulcheon@newspim.com |
흥륜사가 자리한 곳은 사적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으나, 사찰 주변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명(名) 기와가 다수 수습돼 학계와 지역 향토사학계에서는 '영묘사지'로 보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건물의 '적심'과 담장지 등이 확인된 것으로 보아, 유물이 발견된 곳 역시 이들 사역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적심'은 마루나 서까래 뒷목을 보강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를 눌러 박은 것을 뜻한다.
흥륜사(興輪寺)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칠처가람(七處伽藍) 중 하나로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며, 이차돈의 순교로 중창(527~544년)돼 국가 대사찰로 유지되다가 조선시대에 화재로 소실되면서 폐사됐다.
또 영묘사(靈廟寺)는 신라 칠처가람 중 하나로 선덕여왕 때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며, 조선시대 초기에 폐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경주의 흥륜사 서편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가 가득 든 철솥 유물.[사진=경주시]2023.07.05 nulcheon@newspim.com |
이번 조사에서 통일신라~고려시대의 기와, 토기 조각들을 비롯 청동 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이 '매납'된 채 확인됐다.
또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과 추정 '영묘사(靈廟寺)'명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
특히 철솥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담겨 있어 주목된다.
철솥은 지름 약 65cm, 높이 약 62cm의 크기로 외부에 4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다.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확인됐다.
현재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은 모두 54점이며, 일부 유물은 부식돼 철솥 바닥부분에 붙어있는 상태여서 정확한 상태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향후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납'은 시신을 매장할 때 여러 가지 물건을 함께 묻어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금강저'는 승려들이 불도 수행 때 쓰는 도구로, 방망이의 일종이다.
이번에 수습된 청동 유물과 철솥 등은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키 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퇴장(退藏)유물로 추정됐다.
경북 경주의 흥륜사 서편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향로·촛대 등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 유물.[사진=경주시]2023.07.05 nulcheon@newspim.com |
경주시는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보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출토 유물 모두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긴급 이관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과학적 보존처리와 심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동 유물이 일괄로 출토된 사례는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비슷하게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그 수량이 월등히 많아 앞으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통해 고려시대 영묘사와 관련한 다양한 의례 양상을 밝히고, 함께 발굴된 청동 공양구, 의식구 등이 우리나라 금속공예와 법구 연구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기대하며, 해당 유적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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