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법사위 계류...'구하라법' 집중 인터뷰
"아이 목숨 값 가져가는 건 사회적 정의에 반해"
"이재명 대표도 언급...의원들 이제 관심가져"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구하라법이 '짝퉁'(법무부 민법개정안)으로 통과되면 안 됩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겠습니다"
21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3선·서울 중랑갑)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서 의원은 특히 자신이 발의한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대신 법무부의 민법개정안 통과를 우려했다.
그는 "법무부안의 요지는 죽기 전 나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를 상대로 미리 소송을 걸어서 상속권 상실 재판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 법대로 하면 천안함 사고가 일어나는 걸 예상해야 하고, 부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찾아서 소송을 걸어놔야 하는 거다. 황당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3년 전 대표발의한 구하라법은 양육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부모로서의 상속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이 골자다.
서 의원은 "현행법에는 자녀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부모에 대한 별도의 결격 사유가 마련돼 있지 않아, 피상속인인 자녀와 유대관계가 없는 부모가 자녀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에는 선원법 일부개정안인 '선원 구하라법'을 대표발의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선원 구하라법의 배경이 된 고(故) 김종안 씨 사건은 현재 2심 재판 중에 있으며 오는 31일 선고 결과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8.23 leehs@newspim.com |
다음은 서영교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왜 '구하라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하게 됐나.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후 20여 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모가 찾아와 유산 상속을 요구한 사건이 입법 계기가 됐다. 구 씨의 친오빠가 이를 막기 위해 입법 청원을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관련 법을 만들어서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세월호 참사, 천안함 피격사건, 경주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때도 그런 일이 많았다. (양육하지도 않은) 아이의 목숨 값을 가져가는 일은 사회적 정의에 반하는 일 아닌가.
-구하라법 통과가 3년째 지지부진한 이유가 법무부안과의 충돌 때문인가.
▲그렇다. 법무부의 민법개정안과 충돌하고 있다. 최근 법사위에서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근데 법무부안은 일본에만 있다. 과거 일본 법조문을 공부한 법조인이 자녀가 부모를 잘라낼 수 없다는 생각을 적용한 거다. 과거에 배운 상식을 그대로 적용한 거다. 반면 구하라법은 미국의 여러 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 많은 나라에 적용되고 있는 법이다.
-공무원·군인·선원 구하라법 등으로 나눠져 있는 이유는 뭔가.
▲당장 민법개정안인 구하라법 통과가 어렵지 않나. 그래서 직역별 법을 들여다봤다. 양육하지 않은 부모가 사망보험금을 일방적으로 받아갈 수 없도록 직역별 법안을 개정한 것이다. 공무원 구하라법은 이미 2020년 11월 1일 국회를 통과해 현재 시행 중이다.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는 공무원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군인 재해보상법인 군인 구하라법은 국방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공무원 구하라법 통과는 어떻게 이뤄냈나.
▲민법은 법사위에서 법조인들이 움직이니까 잘 안 움직이지만,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은 행안위 소속 법안이다. 그래서 인사혁신처와 얘기해서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들여다봤다. 공무원이 재해로 세상을 떠났을 경우, 공무원을 부양하던 가족에게 연금과 위로금을 준다고 돼 있더라. 공무원 구하라법 탄생 배경인 고 강한얼 소방관을 부양하던 현재 부모에게 연금과 위로금이 갈 수 있도록 공무원재해보상법을 바꿨다. 법이 바뀌고 나서 친모에게 90만원씩 가기로 돼 있던 것이 15%만 주는 걸로 판결이 났다. 그 이후 비슷한 사례에서는, 양육한 가족에게 100,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0 이렇게 판결이 났다.
-선원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두 살 때 버리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선원이던 고 김종안씨의 재산과 유족급여 등 보험금을 갖고 가려 했다. 김 씨를 키워준 사람은 할머니랑 고모고, 누나하고 형하고 함께 어렵게 살아왔다. 이미 재산은 친모한테 다 갔다. 보험금하고 위로금이 남았는데, 다 합쳐서 약 3억원 정도다. 1심에서 법원이 보험금 1억원은 누나한테 줘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친모가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이런 사연을 알고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인 선원 구하라법을 발의하게 됐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도 구하라법을 언급했는데.
▲이재명 대표한테 (말해 달라고) 얘기 안 했다. 구하라법 관련해 보도가 나오니까 이 대표가 본 것 같다. 제가 기자회견, 유튜브, TV 방송에 계속 나와서 말하니까 이제야 왜 도대체 구하라법이 통과가 안 되는지 국회의원들의 귀가 열리기 시작한 것 같다. 오는 31일에 법사위 법안 소위가 있다. 법사위원들을 다 만나서 (설득을 해야 한다.) 압박이 돼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8.23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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