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리서치 그룹 궁리소 묻다가 '우주, 양자, 마음'을 통해 양자역학의 원리로 인간 존재와 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궁리소 묻다가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23'에서 현대 예술과 인간 존재의 현재를 이야기했다. 소재와 무대 언어가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표현과 발상에서 참신함이 돋보인다.
'싱크넥스트 23'의 궁리소 묻다 '우주 양자 마음'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 우주와 닮은 인간 내면과 세상의 원리…어렵지만 궁금하다
'우주, 양자, 마음'은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예술가들과 다양한 교류, 창작을 시도해온 리서치그룹 궁리소 묻다가 던지는 우주와 마음에 관한 색다른 궁리(窮理)를 해나간다는 궁리소 묻다의 작품이다. 예술의 즉흥성과 양자역학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의 몸과 우주를 등가로 놓고, 우주 속에 존재하는 수(數)의 원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여 무대 위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했다.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블랙박스 극장인 세종S씨어터는 마치 런웨이처럼 길게 늘어선 무대로 변신했다. 궁리소 묻다의 멤버들은 작은 손전등으로 양쪽 벽에 빛을 비추며 등장해 원자와 양자로 이루어진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사로 처리돼 무대에 어지럽게 놓인 여러 숫자들은 주변과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
'싱크넥스트 23'의 궁리소 묻다 '우주 양자 마음'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궁리소 묻다의 멤버들은 얼핏 형이상학적인 대사와 몸짓, 비언어적 표현으로 모호하면서도 텅 빈 세상의 원리를 표현한다. '우주, 양자, 마음'이라는 작품의 제목은 마치 예측할 수 없고 한 방향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닌, 삶과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 그 자체 같다.
◆ 궁리소 묻다가 이야기하는 예술과 삶…파동이 돼 흐르는 순간의 감동
궁리소 묻다는 강원도 화천의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호기심 많은 작가, 퍼포머, 연출가 들이 시작한 리서치 그룹이다. 2022년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20여 년간 창작을 통해 나온 온갖 질문을 등불 삼아 탐구 작업에 열중해왔다. 2010년 화천 시골마을의 버려진 분교를 수리해 '문화공간 예술텃밭'이라을 설립, 발전시켜 왔으나 화천군의 공간임대차 계약해지통보로 공간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싱크넥스트 23'의 궁리소 묻다 '우주 양자 마음'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이들은 '우주, 양자, 마음'에서 양자역학이라는 낯설고도 부담스러운 소재를 빌어,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마음의 상태와 A인 동시에 B인 우주와 물질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입자이면서도 파동으로 존재하는 빛처럼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내면과 삶은 우주의 원리를 품고 있다는 걸 이 작품을 조금이나마 따라가면서 알게 된다.
궁리소 묻다의 공연은 몸을 통한 직관적인 표현부터 의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대사들의 나열, 물체와 빛을 이용해 구현하는 우주를 품은듯한 비주얼 효과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학창시절에도 손을 뗐던 물리학 용어가 난무하고, 진저리를 내는 듯한 한 아티스트의 절규는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극 초반의 입자로 존재하던 대사와 표현들이 점차 파동을 이루어내고 각 관객들에게 의미로 다가가는 순간의 감동이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