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령 연계 만 64세안서 "1~2년이라도 연장"
"관련법·형평성·노노갈등 가능, 반년 연장도 어려워"
교섭 결렬에도 물밑 대화, 막판 협상 가능성 여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자동차가 5년 만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정년 연장 요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8일 2차 조정회의를 마치고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현대차 노조의 전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88.9%가 쟁의행위에 찬성한 것에 더해 이번 결정으로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다.
현대차 노조.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안과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핵심 요구안이 몇 가지 있는데 정년 연장안과 해고자 복직, 임금 인상은 분명히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정년 연장안은 아직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련법들이 있는데다가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 노노 갈등 가능성이 많아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안되는 것을 알면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년 연장안에 대해 "우리는 국민 연금 수령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현재의 60세 정년에서는 약 3년 간의 임금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사회적 합의나 법적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회사가 나설 수 없는 문제"라는 완강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회사 측에서 완강히 거부하니 일단 정년 연장의 포문을 열자는 입장"이라며 "61세든, 62세든 임금 피크제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상태"라고 당초의 정년 연장안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올해 말 선거를 앞두고 50세 이상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정년 연장안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
노조가 정년 연장안을 지렛대로 임금 및 복지 인상안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도 정년 연장안이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회사가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 것"이라며 "노조가 이를 핵심 요구안으로 삼고 강경하게 나가는 것은 그만큼 이번에 임금 인상안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도저히 회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예전에도 무리한 정치적 요구를 통해 다른 요구조건들을 관철시키곤 했는데 이 역시 임금 인상안이나 복지안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교섭이 결렬된 이유는 정년 연장 때문이 아니라 임금과 단체협약 113가지 항을 개정하고 신설하기 위해 요구했는데 간단한 문구 변경을 제외한 90여 가지를 사측이 아무 내용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년 연장안은 역시 핵심 요구안"이라고 말했다.
교섭이 결렬됐지만 노사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막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사측은 이날 오전 노조를 찾아와 교섭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
노사는 지난 26일에도 실무협상을 하는 등 그동안 물밑 협상을 이어왔다. 사측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개되는 본교섭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노조 측에 전달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30일 오후 1시에 중앙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실시하고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 노사 협상을 보면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한 이후 노사가 협상을 타결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라며 "아직은 파업 보다는 타결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