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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통화전쟁]③반복되는 금융위기

기사입력 : 2023년09월28일 09:00

최종수정 : 2023년10월03일 11:34

이철환 금융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기축통화로 역할해 온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G2로 성장한 중국의 위안화가 급부상했고,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의 대체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철환 금융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의 기고 연재를 통해 통화전쟁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한다.  

이철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위기 혹은 통화위기란 한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에 불안이 일어나 경제사회가 커다란 혼란을 겪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먼저 외환보유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대외 신뢰도가 떨어져 외환의 차입이 어려워지게 된다. 또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고, 화폐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게 된다. 나아가 금융기관이 파산하면서 예금주들은 금융기관에서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기업의 도산이 속출하고 실업자가 급증하여 사회적 불안이 가중된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수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겪어왔다. 그중에서도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장 규모가 크고 파장도 컸던 대표적인 위기였다. 1997년의 위기는 우리나라가 직격탄을 맞았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그 진앙지가 되었다. 또 비록 이보다는 정도가 덜 심각했지만 2023년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 소위 '뱅크데믹(bankdemic)'도 그중 하나다.

[격랑의 통화전쟁] 글싣는 순서

1. 미국 경제력과 달러패권의 위상
2.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한도 증액
3. 반복되는 금융위기
4. 중국경제력 확대와 위안화 상승
5. '탈달러' 현상에 편승한 위안화 파고들기
6. 유로화, 존재감 약한 2위 기축통화
7. 아베노믹스의 명암
8. 암호화폐의 기축통화 가능성과 미래
9. 달러패권의 시대는 저무는가
10. 위안화가 달러를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

우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살펴보자. 서구 선진사회는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을 내세워 동아시아지역의 자본시장을 좀 더 과감하게 개방하도록 요구하였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필요했기에 별수 없이 자본시장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어떤 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태국이 가장 먼저 표적이 되었다. 소로스가 회장으로 있는 퀀텀펀드, 타이거펀드 등은 태국통화에 막대한 투기공격을 감행했다. 결국, 태국은 1997년 6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된다. 이후 투기세력들은 잇달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통화가치가 대폭 떨어지고, 나아가 신용경색과 신용불안을 초래하게 되었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들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고 아울러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는 1999년 이후에야 진정을 찾게 되었다.

이 아시아 금융위기의 상처가 점차 아물어갈 무렵 또다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2008년 들어 미국은 베어 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 3개가 매각되거나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도 파산 직전까지 가게 되는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1997년의 금융위기가 금융변방국들인 아시아 국가에서 촉발된 데 반해, 이번 위기는 금융 최강국인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2000년의 '닷컴버블(dotcom. bubble)'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인을 가지게 된다. 바로 정보화의 총아 IT산업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은 이의 절정기였다. 나스닥시장은 주가가 3배 정도 뛰었다. 그러나 2000년 들면서 점차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어진 금리 인상은 결국 IT버블, 혹은 닷컴버블의 붕괴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연방준비이사회(Fed) 의장이던 그린스펀은 IT버블이 종료된 뒤 곧바로 2001년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자 한때 연 6.5%에 달하던 정책금리를 10여 차례의 조정을 거쳐 2003년 6월 1%까지 낮췄다. 이후 시중 유동성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고 이들은 대부분 주택시장으로 유입되었다. 이로 인해 부동산경기는 당시 부시 대통령행정부의 주택장려정책과 맞물려 유래없는 호황을 맞게 된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늘어났고, 이를 증권화했던 점이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뇌관이 된 것이다. 2000년부터 5년간 미국의 주택 시가총액은 무려 50%나 급증했다.

2001~2007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액이 60% 넘게 급증하자, 금융회사들은 소득과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했다. 월가(Wall Street)의 금융회사들은 저신용· 저소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을 정교한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상품으로 포장해 안전자산인 양 사고팔았고, 이후 집값이 하락하자 폭탄이 터지게 된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 미국의 모기지업체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며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나중에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자 중 빚을 제대로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즉 상대적으로 저 신용자인 '서브프라임'에 대한 대출마저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택가격은 늘어난 유동성과 적극적인 주택시장 부양책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것이 평소라면 은행이 대출을 꺼렸을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시작한 배경이다.

금융회사들은 이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을 대거 만들어 유통했다. 이것이 바로 MBS이다. 문제는 이 주택이나 토지를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인 주택저당증권이 주택가격이 빠지게 되면 곧바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었다. 물론 주택가격이 한두 달 오르다 말았다면 은행도 섣불리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조가 수년간 지속함에 따라 은행 또한 주택가격은 계속 오르리라 믿게 되어버렸다.

나아가 Wall Street는 저신용· 저소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을 정교한 주택저당증권 상품으로 포장해 안전자산인 양 사고팔았고, 이후 집값이 하락하자 폭탄이 터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까지 가세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월가의 금융회사들과 공모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신용등급을 높게 유지했고, 이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량 부실사태가 증폭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Fed는 거품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2004년 이후 금리를 17번에 걸쳐 4.25%p(1.0→5.25%) 올렸다. 마침내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다. 주택시장 경기가 꺾이고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집값이 곤두박질치자 대출을 갚지 못하고 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9월 미국 정부는 주택시장 침체와 모기지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양대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을 국유화하고, 양사에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두 회사는 미국 전체 모기지 채권 발행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이어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했고 결국 파산되기에 이르렀다.

2008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한숨 돌리려는 순간 또다시 세계는 위기에 버금가는 금융 불안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2023년 3월로 접어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돼 유럽 크레디스위스(CS)를 무너뜨리고 도이체방크까지 뒤흔든 글로벌 뱅크데믹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를 겪는 동안 급격하게 늘어난 통화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지속하자, 미국의 중앙은행 Fed는 2022년부터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채권의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미국에서 자산규모 16위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뱅크런이 발생하여 2023년 3월 10일 파산하였고, 3월 12일에는 시그니처 은행(Signature Bank)이 연이어 파산하였다. 11개 대형은행으로부터 300억 달러를 지원받으며 회생을 기대했던 14위의 상업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First Republic Bank Corporation)도 결국 JP Morgan에 인수되어 1천 명의 직원들이 해고를 당하였다.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불안 사태는 유럽으로 확산하였다. 스위스 2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 Credit Suisse)은행이 유동성 위기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 증폭으로 주가가 급락한 후 3월 19일 UBS에 합병되었다. 이어 24일에는 독일의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자산규모 및 은행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은행 위기설이 돌면서 주가가 14.9%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뱅크데믹(Bankdemic)'이란 신조어가 탄생하였다. 이는 '은행(Bank)'과 감염병 유행이란 뜻의 '팬데믹(Pandemic)'을 합친 말로, 은행에 대한 공포가 감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행히 각국의 신속한 대응 속에 파산을 선언했거나, 위기설이 돌았던 은행들이 새 주인을 찾으면서 뱅크데믹은 일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급한 불 정도만 껐을 뿐 여전히 불씨가 곳곳에 남아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번 사태를 통해 재무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어도 공포 심리만으로도 은행들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번 뱅크데믹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무엇보다도 고금리 속 안전자산의 배신이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Fed는 코로나 사태 극복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수습을 위해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2023년 5월까지 1년여 만에 무려 525bp(5.25%p)를 인상(0.0~0.25%→ 5.25~5.50%)했다. 이는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준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이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에서 단기 및 장기금리 모두 폭등하면서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의 시세가 크게 하락하였다. 그 결과 대규모의 자산을 주택저당증권(MBS)과 미국 국채 등에 투자했던 금융기관들은 채권가격이 급락하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규제 완화도 커다란 요인이 되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Act)」을 제정해 금융규제를 강화하였다. 주 내용은 자산규모 500억 달러 이상 은행들은 매년 건전성 테스트(stress test)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즉 건전성 테스트 적용 대상을 자산 2,500억 달러 이상으로 한정하고, 나머지 중소· 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는 철폐하였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도 이번 사태의 한 요인이 되었다. SNS 등을 통해 은행 위기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폰뱅킹(phone banking)과 같은 쉽고 간단한 방법을 통한 예금 인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이 뱅크런(bank run)과 은행의 급속한 붕괴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2008년과 2023년의 금융위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보자. 첫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인 데 비해, 2023년 금융불안 사태는 개별은행의 투자실패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의 성격을 지닌다는 차이가 있다. 즉 2008년에는 뻥튀기한 금융상품을 폭탄 돌리기 식으로 운용하다가 위기가 전 금융기관으로 확산했으나, 2023년에는 몇몇 금융회사들이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다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둘째, 2008년은 부동산 실물경제에서 파생된 투자 부실이 위기의 단초였으나, 2023년은 단기예금을 유치해 장기 자산에 투자한 은행들의 자금 관리 부실이 위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차이가 있다.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는 구조도 복잡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문제였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미국 장기국채라는 초우량 안전자산에 투자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실제로 SVB가 투자한 채권은 만기 시 전액 상환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복잡한 구조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는 전혀 다르다.

셋째, 2023년 금융불안 사태는 2008년 당시와는 달리 금융시스템이 비교적 안정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과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위기대처 능력을 키우는 조치를 마련· 취해 왔다. 특히 은행의 자금력은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기본자본비율은 14.9%로, 2008년 당시 7.4%의 2배로 높아져 있다. 이에 2023년 금융불안 사태는 개별 금융기관의 위기라는 인식이 더 힘을 받고 있다.

한편, 이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 자본시장의 자유화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데 반해, 이에 대한 적절한 안전장치는 많이 부족했다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세계화와 자본자유화의 급속한 확산은 헤지펀드(Hedge fund)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등 투기자본들이 단기차익의 극대화를 노리고 국제금융시장을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소위 '핫머니(hot money)'가 된 것이다. 이는 결국 국제자본의 변동성을 높여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외환위기가 세계적 위기로 확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금융 공학의 발전도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를 했다. 하루가 멀다 않고 이상한 이름의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들 금융상품을 관리하는 기법 또한 첨단을 걷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들은 레버리지(leverage)를 통해 거래되므로 투기성이 강하고 고위험을 수반한다. 1995년 영국의 베어링(Baring)이 파산된 뒤 네덜란드 ING사에 단돈 1파운드에 인수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파생상품 거래는 단 한 번의 투자실패도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더욱이 일부 악명 높은 헤지펀드들은 이 파생금융 거래를 주 무기로 금융취약국들을 공격하고 다니면서 국제금융 질서를 어지럽혔다. 여기에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달리, 계약 당시 거래당사자 사이에 자금의 흐름이 일어나지 않고 장래의 약속만 존재하는 회계장부에 기재되지 않는 거래라는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등으로 인해 파생상품은 잇단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미흡과 감독부실도 주요 금융위기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과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내부통제와 외부감독의 강도가 일관성 없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상업금융기관들의 무리한 대출이 자행되었다. 결국, 수익성이 높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기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게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다 보니 사고가 터지게 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의뢰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엉터리 신용평가 관행도 이에 가세했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적으로 더 주목하고 걱정을 해야 할 점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피폐해지고 모든 경제주체의 삶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국제금융 질서와 시스템에 대해서도 커다란 의구심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21세기 들어 2차례에 걸쳐 일어난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미국이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연속해서 이어졌다. 이에 미국의 리더십 뿐만 아니라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를 당장 변경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국제통화체제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금융 질서가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위기가 더이상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국제금융 시스템의 안전망 강화를 위해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감독 기능도 강화해 왔다. 다만, 이를 일관성이 있게 추진하지를 못해 사달이 난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필요한 경우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 스스로 일상의 업무추진 과정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위기 요인들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면 이를 즉시 치유해야 한다. 이는 금융의 가장 중요한 Key word가 다름 아닌 '신뢰(Trust)'이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금융회사의 평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잘못된 정보가 퍼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남겨야 할 책무가 있다. 이것이 그동안 겪은 수차례의 금융위기 과정에서 배우게 된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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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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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시흥R&D캠퍼스 첫 방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한화오션 사업장을 처음 찾았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20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회장(가운데)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오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현장을 둘러본 김 회장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해양 탈탄소 시대를 선도할 그린십(Green Ship) 기술과 방산 기술 혁신으로 조선·해양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손영창 한화오션 제품전략기술원장도 참석했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는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와 예인수조, 국내 유일의 음향수조 등 첨단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해양·방산 분야 친환경 초격차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거점이다. 기술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승연 회장이 시흥R&D캠퍼스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승연 회장은 먼저 공동수조(Cavitation Tunnel)를 방문해 연구진의 시연을 지켜봤다.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한화오션 공동수조는 길이 62m, 높이 21m의 대형 터널로, 최대 출력 4.5MW 모터와 3600톤의 물을 통해 최대 15m/s의 유속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선박의 추진력을 높이고 수중 방사 소음을 줄이는 연구 성과는 함정의 은밀성과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산 기술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예인수조를 방문한 김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수조 내 모형선을 끄는 예인전차에 탑승해 고품질 선박 성능 시험을 참관했다. 한화오션의 예인수조는 길이 300m·폭 16m, 담수량 3만3,60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상선, 함정 등 다양한 선박의 저항, 운동, 조종 성능 등에 맞춤식으로 시험할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 예인수조를 둘러본 후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 회장은 이 날 임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한화그룹의 자산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자산"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에 기여한다는 뜨거운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더 밝게 빛날 한화의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한화 가족 모두는 우리 그룹의 일원으로서 함께 나아갈 한화오션의 미래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기술 역량으로 새 시대를 선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회장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동일한 형상으로 축소된 프로펠러 모형을 제작하여 다양한 성능을 예측·평가하는 모형제작워크샵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이곳에서 김승연 회장은 한화오션이 수출형 모델로 독자 개발한 2000톤급 잠수함 모형에 'K잠수함 수출로 글로벌 No.1 도약을 기원합니다'라고 적고 친필 서명하며 해외 수출 성공을 기원했다. 한화오션의 2000톤급 잠수함은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중 최고로 평가 받는 장보고-III 플랫폼에 기반해 자체 개발한 중형급 잠수함으로 최신 기술과 다양한 요구사항을 적용한 모델이다. 김승연 회장은 직원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오찬도 함께 했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 회장은 이 날 한화오션 임직원들에게 "한화는 여러분들이 마음껏 연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며 굳건한 신뢰의 뜻을 전했다. 한화오션은 시흥R&D캠퍼스의 첨단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해양 솔루션을 개발하고 미래 해양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aykim@newspim.com 2024-11-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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