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데블스플랜'을 준비하면서 외연 확장은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어요. '더 지니어스'에 비하면 많이 확장됐고요."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그리고 '여고추리반' 등 두뇌 서바이벌을 주로 선보였던 정종연 PD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설립한 TEO로 둥지를 옮긴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플랜'을 통해 더욱 확장된 서바이벌 게임 예능을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데블스플랜'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2023.10.13 alice09@newspim.com |
"'데블스플랜'은 처음 기획 단계에서 제가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진 않았어요(웃음).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공리주의'가 됐거든요. 이건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이었죠. 하하. 그간 많은 두뇌 게임을 했지만 이건 처음 경험한 거였어요."
'데블스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 12인의 플레이어가 일주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서바이벌이다. 이번 프로를 숱한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던 '더 지니어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 지니어스'를 생각하면 이번 '데블스플랜'은 다르다. 이전 작품이 치열한 심리 싸움 속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 재미 포인트가 있었다면 이번 '데블스플랜'은 과학 유튜버 궤도의 공리주의 사상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궤도 씨의 공리주의가 게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 게 4회차 동물원 게임부터였어요. 궤도 씨는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 자체와 경쟁을 하시더라고요(웃음). 더 많은 사람에게 1점씩 나눠주기 위해 게임을 하더라고요. 저 역시 당혹스러웠지만 견디면서 했죠. 하하. 그의 게임 방식이 반대로 궤도 씨를 무너뜨리는 지점이 되기도 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캐릭터 서사에 있어서는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그렇기에 그의 플레이를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순 없죠."
프로그램에는 배우 하석진, 이시원, 조연우 바둑기사, 이혜성 전 아나운서, 서동주 변호사, 그리고 일반인인 서유민 정형외과 의사, 대학생 김동재 등이 출연했다.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만큼 정 PD가 중점을 둔 것은 '밸런스'였다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데블스플랜'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2023.10.13 alice09@newspim.com |
"짧은 면접 과정을 거쳤어요. 그 과정에서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기대요소가 강한 사람과 함께 하려고 했죠. 변화 여지가 있거나, 성장의 여지가 보이고 서사가 될 만한 사람들을 주로 생각했어요. 빌런만 있으면 재미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인물을 원했고, 그 안에서 밸런스를 중점으로 뒀죠. 그 안에서 중립적인 캐릭터도, 공리주의 캐릭터도 있던 거였고요."
다른 두뇌 서바이벌, 그리고 정종연 PD의 '더 지니어스'와 차별점을 꼽자면 바로 '합숙'이다. 게임동과 생활동으로 나뉜 장소에서 활동하며 이들은 게임 내에서 정치를 하며 촘촘한 심리 싸움을 이어갔다.
"이 프로그램의 정수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험을 하면서 느낀 건 출연진의 감정, 철학, 생각 등이 변화하거나 성장, 혹은 역성장을 한다는 거였거든요. 그걸 온전히 받아내고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제 몫이었는데 합숙이 이런 것들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종연 PD의 연출력이 가장 빛이 나는 장르가 바로 두뇌 서바이벌이고, 그로 인해 스타 PD로 거듭났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출연진들의 게임 방식으로 반응은 나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데블스플랜'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2023.10.13 alice09@newspim.com |
"게임 난이도나 상금 등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형식을 빌려서 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번 역시 마인드 게임에 익숙하다고 판단되는 출연진을 섭외했고요. 다만 반응이 나뉘는 건 공격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게임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하는지 아닌지요. 이번에는 방어적인 플레이어가 많이 모인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반응이 나뉘는 것 같고요. 이런 부분은 앞으로 저희가 고민해야 할 방향이죠. 분명 방어적인 플레이어도 필요해요. 하지만 이걸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밸런스가 좋지 않았을 뿐이에요. 저희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거죠."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게임', '대탈출', '여고추리반' 모두 시즌제로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 PD는 '데블스플랜'으로 초기 기획했던 목표를 이룬 만큼, 시즌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면 당연히 다음 시즌을 기대하죠. 저희 역시 다음 시즌으로 가자는 넷플릭스의 말을 기다리고 있고요. 하하. 어떻게 보면 상투적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제2의 출발을 알리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CJ ENM을 나오고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그만큼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서 외연 확장이 목표였던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함께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시청자와 닿는 접촉면이 넓어지기도 했기에 외연 확장이 된 것도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데블스플랜'은 저에게 중요한 작품이에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