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오는 11월 28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세종미술관 1관, 2관에서 기획전시 '필묵변혁-송수남·황창배'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남천(南天) 송수남(宋秀南, 1938-2013)과 소정(素丁) 황창배(黃昌培, 1947-2001)의 회화를 필(筆)과 묵(墨), 그리고 변혁(變革)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송수남은 '한국 수묵화 운동을 이끈 주역'이라 평가받았고 황창배는 '한국화의 이단아, 테러리스트'라 평단의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전통에 근간을 두고 현대라는 현실적 시공을 지향하며 한국화의 확장과 새로운 입지를 구축한 남천송수남과 소정 황창배의 작품을 최초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본질은 같으나 표현은 다르다…한국화 발전 비교하는 전시
한국화가 한국화일 수 있는 존재의 명분은 '필묵(筆墨)의 회화'라는 점이다. 필묵은 필법(筆法)과 묵기(默氣)를 아우르는개념이다. 필법이 외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묵기는 내향적인 성향을 띤다. 이러한 필묵에서 혁신을 꾀하려는 시도는 한국화 역사에서 꾸준히 있어왔으나 1980년대와 1990년대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시기 가장 풍부한 결실의 내면을 보여준 대표적인 두 화가 송수남, 황창배를 통해 한국화단이 꾸준히 시도했던 '변혁'에 조명해 보고자 한다. 특히 황창배는 필법에서, 송수남은 묵기를 통해 오랜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혁신을 꾀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두 작가를 함께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수남, 붓의 놀림, 194x260 [사진=전북도립미술관] |
한국 수묵화 운동의 주역 VS 한국화의 이단아
송수남은 한국적 정신의 표현이 수묵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수묵이라는 화두로 일관하며 1980년대 초 제자들과 함께 수묵화운동을 이끌었다. 먹이라는 재료나 그 재료가 구사하는 영역의 부흥이 아닌, 먹에 내재된 정신성에 초점을 두고 가장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한국화를 정립하고자 했다,
황창배는 '한국화의 이단아', '한국화단의 테러리스트'라 불린 작가이다. 독특한 필묵법을 창안, 전통적인 지필묵 이외의물성을 파격적으로 시도하면서도 필과 묵의 정도를 어긋나지 않고 파격적인 선과 다채로운 입체를 지향했다. 이번 전시에서 전통에 근간을 두고 현대라는 현실적 시공을 지향하며 한국화의 확장과 새로운 입지를 구축한 남천 송수남과 소정황창배의 작품을 최초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필묵의 변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오롯이 뿜어내는 시각적 울림과 함께 삶을 대하는 시선에 대한 두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황창배, 무제, 165x263, 1994 [사진=세종문화회관] |
전통, 파격, 현대를 가로지른 여정을 보여주는 80여 작품 한자리에
송수남의 수묵화는 먹을 넘어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크릴과 수묵 작업을 병행하며 장르를 넘나들고 수묵화부터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지속했다. 이번 '필묵변혁' 전시에서는 한국화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 남천 송수남의 작업의 대표작,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작업 등 총 4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황창배의 작품은 "새로운 미술담론을 주도,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한국적 신표현주의를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화 전통에서 벗어나 아크릴과 유화물감, 연탄재, 흑연 가루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물감을 뿌리거나 나이프로 긁고 종이를 오려 붙이는 등 기법도 자유자재였다. 그는 정체되고 변방으로 밀리던 한국화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한국적 이미지를 찾고 드러내는 작업, 그것이 저의 관심'이라고 한 황창배는 전통 필묵법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화법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황창배가 구축한 필묵변혁의 여정을 담은 40여점을 소개한다.
국내 미술자료 아카이브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이 2017년 '20세기 한국화의 역사'전을개최하며 최근 국내 미술사가, 평론가, 큐레이터, 대학교수 등 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득표수를차지한 '재조명돼야 할 한국화가' 1위는 소정(素丁) 황창배(1947~2001년), '20세기 대표적인 한국화가' 톱 3로는 이응노, 박생광, 송수남이 차례로 꼽힌바 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필과 묵의 변혁, 20세기 한국 미술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화가 가진 다채로운 멋과 그 멋이 가진 세계로의 확장 가능성을 관람객과 나누고 싶다. 이번 전시는 우리 미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