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김윤석이 김한민 감독이 10년간 열정을 쏟아부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7년 전쟁의 완전한 종지부를 찍는 '노량'의 현장(賢將) 이순신으로 관객과 만난다.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 관련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아는 영웅 이순신을 다룬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소감을 얘기했다. 밀도있는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명량'의 최민식과 '한산'의 박해일과 바로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2023.12.27 jyyang@newspim.com |
"마지막 이순신을 제가 하는 마음의 부담을 많이 물으시는데 당연하지만 이순신 장군 배역 자체가 정말 무게감이 컸어요. 모로코에서 촬영할 때 제안을 받았는데 스케줄이 비는 3일 정도 시나리오를 읽었죠. 시나리오 자체만 놓고 봐도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작품이었어요. '노량'의 특징은 왜군과 싸움에 명이 들어온다는 점이죠. 그걸 계기로 위기를 극복해서 조선이 승리하는 걸 목표로 삼고 국제 정치로 전환돼요. 서로의 입장 싸움이 되기 시작하는데 그런 게 잘 얽히고 굉장히 밀도있게 느껴졌어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다룬 영화답게 온 국민이 알고 있는 명대사를 직접 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도 없지 않았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알려졌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대로 읊지는 않는다. 김한민 감독과 김윤석은 이순신의 진심을 진실되게 표현하는데 힘을 쏟았다.
"가장 중요했고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 전쟁의 싸움이 최고조되는 상황이란 거였어요. 원거리에서 활을 쏘는 전투에서 완전히 붙어서 싸우는 아비규환의 끝에 등장하죠. 위대한 영웅의 위대한 죽음을 위대하게 묘사해서도 안됐어요. 아우성치는 전쟁터 안에서 본인 때문에 장군들이 달려와서 빈 자리가 생기고 가장 피해가 안되게,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마라 싸움이 급하다. 결코 이 전쟁은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 이렇게 표현했죠. 위대한 장군의 목소리가 아닌, 400년 전에 7년 전쟁을 겪고 살다간 50대의 한 국민으로서요. 감독님은 무엇보다 진실되게 표현하길 바라셨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2023.12.27 jyyang@newspim.com |
7년간 도륙된 조국을 지켜본 이순신은 마지막 전쟁에서 퇴각하는 왜군을 그대로 돌려보낼 수가 없다. '진격하라'는 의미를 담은 힘찬 북 소리는 이순신 장군의 혼이 담긴 메시지다. 영화가 다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귓가에 생생히 남아있는 북 소리는 바로 이 영화와 이순신의 힘이다.
"조선군의 북 소리는 진격의 의미죠. 무전기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북 소리와 깃발로 신호를 보내요. 이순신 장군이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아군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효과죠. 이것은 조선의 북 소리여야 하고 조선군들은 다 무슨 뜻인지 알아요. 감동을 주는 소리 이전에 북으로 독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북을 치는 모습을 정말 연습 많이 했어요. 정말 자세가 잘 안 나오거든요. 북은 사실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고 그래야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어요."
김윤석은 앞서 '명량' '한산' '노량' 중에서도 마지막 편인 '노량'의 이순신을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 이순신 장군의 가장 고난스러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이유를 얘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2023.12.27 jyyang@newspim.com |
"어릴 때 김진규 선생님이 나온 영화를 초등학교 때 단체 관람으로 봤어요. 수레에 있는 감옥에 묶여서 서울로 압송될 때 백성들이 우는 장면, 장군님이 돌아가실 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활 쏘는 장면 세 가지가 늘 기억났죠. 30년 연극부터 연기 활동을 해왔고, 장군님 저와 비슷한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노량'에는 많은 것이 담길 수밖에 없구나 느꼈고 호쾌한 스릴도 있지만 전쟁의 의미와 그 끝이 어떠해야 하는가 드라마적인 것들이 담길 수밖에 없고 밀도가 필요한 이야기였어요. 도전을 한다면 이왕이면 노량을 해보고 싶었죠."
영화 '미성년'으로 감독으로 활약한 적도 있는 김윤석은 이번 영화도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도달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내보였다. VFX 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드는 K-무비의 발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깨닫는 점도 많다고 했다. 끝으로 김윤석은 다양한 가치와 입장, 갈등이 횡행하는 시대에 왜 이순신, 그리고 '노량'이 지금 필요한 영화인지를 이야기했다.
"노량 찍으면서 우리 나라 기술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VFX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사실 페이퍼와 드라마로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 감독 한 명이 뛰어나서 좋은 영화 나오는 시대가 지난 것 같아요. 좋은 영화는 사람과 삶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황된 삶이 아니라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보여야 하죠. SF여도 보고나서 우리가 보인다면 좋은 영화예요. 400년 전에 일어난 가슴아픈 일이지만 우리 민족의 힘으로 승리한 전쟁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교훈을 주는 영화가 된다면 좋겠어요. 진정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올바른 끝맺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의미있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