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마크 맨슨의 지적, 드라마 '성난 사람들' 속
우리는 지금 우울하거나 잔뜩 성이 나 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누군가에게 '지적질'을 당하는 건 결코 유쾌하지 않다. 작가 겸 크리에이터 마크 맨슨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국인들이 우울함을 느끼는 배경을 분석하고 비판했다. 유튜버 개인의 견해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지적이 유쾌하지 않다. 맨슨은 한국인들이 우울함을 느끼는 배경을 신체 건강,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 수치심 등에서 찾았다.
[서울 = 뉴스핌]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지목한 한국을 찾았다. [사진 = 유튜브 캡처]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1.31 oks34@newspim.com |
그는 한국은 "유교주의와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개인의 실패가 집안의 수치와 연결되는가 하면 권위적인 직장문화 등이 젊은 층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연습생들이 합숙을 하며 케이팝 스타로 성장하고, 스포츠 선수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길러진다"고 분석했다. 딱히 반박하기 힘든 사실이다.
한국은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풍요로운 나라가 됐는데도 마음 건강은 꼴찌다. 30일 '뉴스핌'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30세대 인식조사'에서 2030세대 69%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뉴스핌이 'KYD(Korea Youth Dream)' 출범에 맞춰 MZ세대로 불리는 19세~34세 청년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MZ세대의 20%만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마크 맨슨의 지적을 보면서 떠오른 작품이 있다. 골든 글로브 3관왕, 에미상 8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영어 원제 Beef)이다. 한국인 감독과 배우가 만든 이 시리즈는 원제처럼 싸움, 갈등, 충돌을 다룬다. 배경은 LA지만 한인 청년 대니(스티븐 연)는 뭐 하나 되는 일이라고는 없는 삶에 화가 나 있다. 역시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허전하고 화가 치미기는 마찬가지인 에이미(엘리 웡)와 충돌한다. 대니와 에이미는 분노를 참지 않고 서로를 향해 분풀이에 나선다.
[서울 = 뉴스핌] 시리즈물 '성난 사람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1.31 oks34@newspim.com |
청년 대니에게서 우리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이유도 없이 살해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정치인에게 테러를 저지르는 한국인의 얼굴을 본다. 자살률 1위와 출산율 최저인 나라의 현실과 만난다. 한국 청년들이 만든 이 드라마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지만 마치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도 폭로당한 기분은 뭘까.
마크 맨슨은 한국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결국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보면 어떤 어려움과 도전에 처하든 항상 길을 찾아 왔다"고 끝을 맺는다. 무엇인가에 잔뜩 화가 나 있는 한국인들. '지적질'에 아파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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