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학교 급식실 인력 900여명 부족
공공기관 급식실 배치 1인당 60~80명
"학교급식 존폐위기...폐암 산재 인정해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한식만큼 노동 강도가 세고 복잡한 조리 과정을 가진 급식은 다른 나라엔 없다. 노동 강도에 걸맞게 급식 조리 노동자를 배치하는 등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 급식실 결원 산재 위험 높여..."진통제 한 알에 쌍화탕을 마시고 일 시작해"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는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급식실 결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신학기 학교 급식실 결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19 aaa22@newspim.com |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는 "신학기가 시작됐지만 학교 급식실 결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미 높은 노동 강도를 더 높일 뿐아니라 학교 급식의 질을 저하하고 장기적으로는 학교 급식의 근간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몰린 수도권 학교에 급식실 인력은 900여 명이 부족하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초·중·고등학교 학생 비율은 전체 학생 비율의 49.4%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에 따르면 경기가 481명(21.6%)으로 결원 인원이 가장 많다. 서울은 203명(18.3%), 인천은 200명(41%), 충북은 130명(30%)이 부족하다. 결원 비율은(1일 기준) 제주가 48.18%(93명)로 가장 높다.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는 "급식실 결원은 1인당 식수 인원 증가로 이어진다"며 "이는 발암물질인 조리흄의 1인당 노출 빈도를 높일 뿐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이나 찔림과 베임, 화상, 넘어짐과 같은 각종 사고와 산업재해 빈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재 서울과학고 조리실무사는 "출근하면 다들 진통제 한 알에 쌍화탕을 마시고 일을 시작하지만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 한끼를 내 손으로 해먹인다'는 자긍심 하나만으로 버텨왔다"며 "급식실 선생님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해야 급식의 질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식실 결원을 막기 어려운 학교는 이를 위탁이나 간접고용으로 넘길 수밖에 없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160명대인 1인당 급식 배치, 공공기관 수준인 60~80명대로 하향 필요
홍진희 서울 영풍초등학교 조리실무사는 "맞춰진 시간에 급식을 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안전한 급식실은 사라지고 안전사고와 산업재해(이하 산재)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고된 노동 강도에 비해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라 서울시의 생활임금을 받는 게 낫겠다며 중도 퇴사하는 신규 입사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 조리사는 "1인당 급식 배치 기준이 하향돼야 폐암 노출 빈도를 줄여 폐암 산재가 예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선 1명당 맡는 급식 배치가 160명을 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은 1명당 60~80명을 맡는다.
이윤자 급식 분과장은 "아이들이 꼬물꼬물한 손으로 밥을 받아 가면서 '잘먹었습나다', '감사합니다' 그 말들로 버텼다"며 "교육 당국은 급식실 배치 기준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폐암에 걸린 급식실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분과장은 "폐암에 걸린 2명이 산재 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들의 경력이 6~7년이었는데 10년이 아니란 것과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토로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급식 노동자 1명이 165명의 학교 급식을 만들고 있다"며 "열악한 작업 환경과 높은 노동 강도가 폐암과 같은 산업재해를 증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급식 인원수에 대한 조리 조사를 충분히 배치해 노동 강도를 낮추도록 하고 휴식권 보장하는 등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폐암을 사전에 막고 완치 후 복귀가 가능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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