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기계, 지난 22일 '소수 계좌 매수 관여 과다 종목'으로 지정
곽준호 변호사 "작전 세력 사전 적발 어려워…투자자 유의"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조국 테마주'로 여겨지는 화천기계에 투자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 실적이 급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소수 계좌를 통한 집중 매수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화천기계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소수계좌에 거래가 집중됐다는 게 그 이유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3.12 leehs@newspim.com |
한국거래소는 ▲당일 종가가 15일 전날의 종가보다 75% 이상 상승 ▲(당일의) 상위 20개 계좌의 매수 관여율이 30% 이상 경우 등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한다. 지난 22일 화천기계의 당일 상위 20개 계좌 매수 관여율은 31.92%에 육박했고, 보름 간 주가 상승률도 77.50%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소수 계좌의 매수 비중이 높을수록 주가 조작의 가능성도 커진다며 우려한다. 법무법인 청 소속 곽준호 변호사는 "보통 작전 세력이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은 자전거래인데, 특정 개개인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주가를 올린다"며 "이 과정에서 소수 계좌의 매수 관여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해당 수치가 높은 종목은 의심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사 관계자도 "화천기계처럼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은 작전 세력이 붙은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소수 계좌의 매수 집중도가 올라가고, 한국거래소는 투자자들에 경고하는 차원에서 투자 주의 종목을 지정한다"고 말했다.
화천기계의 실적이 급격히 쪼그라든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지난해 화천기계의 당기순이익은 7억 6809만원인데, 이는 전년(35억 5856만원) 대비 1/5 수준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도 지난 2022년 12억 8231만원 흑자였다가, 지난해 30억 3768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봐야겠지만, 기업 실적이 주가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며 "이렇게 기업 실적이 악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작전 세력의 사전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 손실을 막을 방법은 사전 주의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곽준호 변호사는 "올해 투자 거래 내역의 불법성을 가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과도한 시장 개입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국 테마주'로 부상한 화천기계의 경우, 주가 조작의 진위를 사전에 밝혀내기 어렵다"며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정치 테마주 신용거래는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라서 현재 증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다만 기업의 경영 구조와 실적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할 것을 투자자들에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화천기계는 2021년까지 감사를 맡았던 남모씨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로스쿨 동문이라 알려지며 조국 테마주로 분류됐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