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는 맑은 시선
그 끝에 만져지는 깨끗하고 좋은 예감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떼어 낸 심장이 식염수 속에서/ 한동안 혼자 뛰는 것처럼// 떨어져 나온 슬픔이/ 미처 다 걸어가지 못하고/ 멈추기 전에 낚아야 해요// 내가 나를 본 적도 있을까요?/ 개구리이기 이전에요/ 영화 속 불운은 내 것이 아니라고 믿었을 때요// 나는 극장에서 사람 구경을 자주 해요/ 사람들이 어둠 뒤에 숨어 울고 웃는 걸/ 반짝이는 죽음이라고 이름 붙였거든요// 영화 좋아해요?/ 극장에 올래요?' -'개구리극장'에서.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마윤지 첫시집 '개구리극장'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03.27 oks34@newspim.com |
개구리극장은 시인이 독자들을 데려가는 장소다. 그곳에서 시인은 떨어져 나온 슬픔을 늦지 않게 낚아올리기 위해 애쓴다. 그 시인은 첫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을 펴 낸 마윤지다. '계간 파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마윤지의 시를 이루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과 장소들이다. 시인이 호명하는 사물들을 만지고 그 장소에 함께 머물고 나면 알싸한 맛이 남는다. 맑고 간결한 시어들이 잃어버린 기억을, 묻혀 있는 것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방울토마토 흑토마토 블루베리 딸기 같은 제철 과일. 액자 안마기 사탕 산책 같은 생활의 말들. 포천, 연천, 괴산, 지명과 수요일, 가을, 동지(冬至) 같은 시간. 여름 방학 운동회 스키 캠프 소원 약속 같은 어린 시절 전부였던 말들. 마윤지 시인은 익숙한 단어들을 꺼내서 새롭게 발음해 보도록 만든다. 되뇌는 동안 생경한 감촉으로 떠오른 단어들은 읽는 이를 낯선 데로 데려간다.
'만질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는 건/ 다행인 일이지만/ 밤새워 달리는 두 마리의 말은 언제나/ 가슴 속으로 돌진해 오며' - '오랑은 사람 우탄은 숲'에서.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추천의 글에서 "마윤지의 시는 간결하고 깨끗하다. 읽고 나면 알싸하다. 연천 괴산 충주 그릇 돌담 메아리 방울토마토 흑토마토, 둥글게 굴리던 사탕이 남아 있다"고 쓰고 있다. 이원 시인은 "무해함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무해하고 순정한 마음이 모이면 세상에 빛이 될 수 있을까? 마윤지 시는 이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라고 썼다. ㈜민음사 펴냄. 156쪽.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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