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간이귀화허가 취소에 소송냈으나 패소
"한국서 중혼 금지 알았을 것…중대 위반행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본국에서 '중혼(重婚)'한 사실을 숨기고 국내에서 혼인 귀화를 받은 외국인에 대한 귀화허가를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허가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핌 DB] |
파키스탄 국적의 A씨는 2001년 7월 한국인 B씨와 결혼하고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는 2010년 3월 구 국적법에 따른 간이귀화 허가를 신청해 같은 해 7월 법무부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A씨는 2003년 1월 파키스탄인 C씨와도 결혼한 뒤 4명의 자녀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6년 6월 C씨와 파키스탄에서 이혼 신고를 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국내에서 B씨와 협의이혼 신고를 한 뒤 2017년 1월 파키스탄과 국내에서 각각 C씨와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A씨에 대한 귀화허가를 취소했다. A씨가 B씨와 혼인 중에 C씨와 중혼하고 4명의 자녀를 출생한 사실을 숨긴 채 간이귀화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귀화허가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다.
이에 A씨는 "귀화 당시 B씨와의 혼인이 유효했기 때문에 위장 결혼으로 보기 어렵고 귀화시점으로부터 11년이 지나 대한민국 국적 보유에 관한 장기간의 신뢰가 부여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도 A씨에 대한 귀화허가 판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했다. 헌법이 일부일처제가 포함된 혼인제도의 핵심을 규정하고 있고 민법도 중혼을 혼인취소의 사유로 두고 있는 등 중혼은 대한민국 법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당초 간이귀화 허가를 할 당시 원고가 중혼 관계에 있고 자녀까지 출산한 사실을 인지했다면 간이귀화 허가를 하지 않았을 것이 객관적으로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귀화허가를 받을 당시 10년 이상 대한민국에서 체류하던 중이었고 필기·면접시험으로 구분되는 귀화적격심사를 통과한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이 일부일처제 국가이고 중혼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귀화 신청인이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제도를 존중하고 준수할 자인지 여부를 살펴 귀화허가를 거부하거나 취소할 재량권이 있다"며 "원고가 다른 배우자와 중혼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정은 귀화허가를 거부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도 그와 같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귀화허가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 등 공익이 그로 인해 제한되는 원고의 사익에 비해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귀화허가가 취소돼 A씨가 한국 국적을 상실하더라도 체류허가를 받아 외국인의 지위에서 국내에 계속 거주할 수 있고 새로 귀화허가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A씨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