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규범 거부하며 회화의 완전한 자유 모색
김창열 박서보화백 초기작업에 영향 주기도
빠른 서예적 획과 에너지로 동서양 예술 연결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마치 동양의 전통예술인 서예의 획을 연상시키는 빠른 붓질과 넘치는 에너지가 특징인 프랑스 작고작가 조르주 마티유(1921-2012)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페로탕갤러리는 프랑스 '서정적 추상'의 거장 조르주 마티유 작품전을 지난 12일 개막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Georges Mathieu 'Heliopolis', 1979. Oil on canvas 80x100cm ©Comité Georges Mathieu / ADAGP, Paris, 2024. Courtesy of the estate & Perrotin. 2024.07.18 art29@newspim.com |
그간 현대미술 서적에서나 접했던 조르주 마티유의 주요작을 모은 개인전이 국내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작업에 몰두할 때 점프하듯 솟구치며 필획을 휘두르곤 했다. 이처럼 마티유는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미술의 '서정적 추상'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에 제작된 마티유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행위적이며 서체적 붓의 움직임을 따른 작가의 미학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Georges Mathieu 'Celadon', 1970 Oil on canvas. 97x162cm ©Comité Georges Mathieu / ADAGP, Paris, 2024. Courtesy of the estate & Perrotin. 2024.07.18 art29@newspim.com |
마티유는 내용보다 형식, 의도보다 제스처를 강조하며 작가의 '움직임'과 그에 내재된 '시간성'을 추구했다. 또 동양의 서예 등 동양예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이를 서양의 추상회화와 연결하기도 했다. 즉 특정한 의도가 있는 형태를 기피하고, 화가의 행동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마티유는 물감을 캔버스에 직접 짜거나, 긴 붓으로 서체적인 선의 질감을 표현하는 등 여러 창의적 방식을 창안했다.
마티유가 이끈 이같은 '뜨거운 추상'은 우리에게는 '앵포르멜'로 잘 알려져 있다. 형상이 작가의 표현적 충동에 종속되는 앵포르멜 회화는 1950년대 한국에서 김창열과 박서보에 의해 주도되며 한국 미술계에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Georges Mathieu 'Chambly', 1965. Oil on canvas 92x54cm ©Comité Georges Mathieu / ADAGP, Paris, 2024. Courtesy of the estate & Perrotin. 2024.07.18 art29@newspim.com |
관습과 규범을 거부하며 평생에 걸쳐 회화의 완전한 자유로움을 모색한 마티유의 작품은 빠른 속도와 과감한 붓질, 넘치는 에너지가 감상자를 사로잡는다. 동양 예술에 매료됐고, 특히 동양의 서예에서 작업의 유사성을 발견한 작가는 동양적 요소를 작품 제목으로 차용하고, 먹을 연상시키는 검은 색을 반복적으로 화면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오는 8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이어, 마티유의 대표작을 포함한 본격적인 회고전이 중국 상하이 롱뮤지엄에서 오는 8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