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제어 앱 설치·신규 휴대전화 개통 요구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 우체국 집배원을 사칭한 범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 "우체국 집배원인데요, XX카드 신청하셨죠? 어디로 배송해드릴까요?"라고 한다. 피해자는 카드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하면 범인은 "명의도용 피해를 당하신 것 같다"며 가짜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1일 우체국 집배원이나 택배기사를 사칭해 접근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수법에서 주목할 부분은 피해자에게 원격제어 앱을 설치시키는 점이다. 원격제어 앱은 기업에서 고객의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 원격으로 접속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용도로 쓰이는 정상적인 앱이다.
하지만 사기범들은 이를 이용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하거나 범행 마지막 단계에서 대화 내용을 삭제시키는 등 증거 인멸 용도로 악용한다.
만약 악성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를 사기범이 가로채서 받게 되며 사기범은 전화를 걸 때는 정상적인 기관 대표번호로 화면에 표시되고,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를 탈취하게 된다.
경찰청 보이스피싱 관련 제작 홍보 영상 [사진=경찰청 유튜브] |
피해자에게 새로운 휴대전화 추가 개통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기범은 피해자가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로만 연락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도록 지시한다.
특히 피해자가 은행에 방문해 현금을 인출하는 등 외부활동을 할 때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 대신 기존 휴대전화는 지참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보이스피싱 의심이 드는 경우 은행 직원이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범행이 발각될 위험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기 조직의 치밀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범인이 처음 접근해 오는 방식이나 세부 수법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청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가 보유한 자산이 범죄수익금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점에서는 같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보이스피싱 수법을 숙지하고 있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카드가 신청되었다거나 상품이 결제되었다는 등 본인이 신청한 적 없는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일단 전화를 끊고, 연락을 받은 전화번호가 아닌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나 112로 전화하여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수사기관은 절대로 보안 유지 목적으로 원격제어 앱 설치 또는 휴대전화 신규 개통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