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세뇌 주장했지만 뚜렷한 증거 제시하지 못해
경제적 갈등 속 허위 고소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8년간 내연 관계를 이어온 남성과 사이가 틀어지자 그를 강간 등 혐의로 무고한 5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이호동 판사)은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obliviate12@newspim.com |
A씨는 2010년부터 내연 관계를 유지해 온 B씨와 사이가 틀어지자 그를 강간, 유사강간,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 강간), 강요, 절도,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등산을 통해 만난 B씨와 8년간 관계를 이어오다 2018년 세탁소를 개업하며 갈등이 발생했다. 세탁소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B씨가 2019년 1월 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가하자, A씨는 B씨를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고소 내용은 "8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강간을 당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허위로 판단했다. A씨가 처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에도 B씨와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친언니를 소개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B씨로부터 협박과 세뇌를 당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2012년 5월, A씨가 또 다른 미국 국적 남성 C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남편에게 발각되어 폭행을 당했을 당시, B씨가 "너 하나는 먹여 살릴 수 있다. 집에서 나와라"라며 치료비와 숙소를 제공한 점도 고려됐다.
법원은 이러한 정황을 들어 "자신을 강간한 남성에게 병원비를 요구하고, 그가 제공한 숙소로 가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주장한 8년간의 강간과 욕설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전혀 제출되지 않은 점도 무고 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성폭력 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라는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피무고자는 강간범으로 지목되는 것만으로도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혐의사실이 알려지면 나중에 혐의가 벗겨지더라도 직장, 사회, 가정에서 명예의 손상과 여러 가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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