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제는 개혁 부족, 신 경제는 성장세 둔화"
"금리 낮춰도 소비 수요 크지 않으면 성장 촉진할 수 없어"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3분기(7~9월, 2024/25회계연도로는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은 물론, 7개 분기 중 최저치(5.4%)를 기록한 뒤 인도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거대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의 GDP 수치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성장세) 둔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경제학자 라제슈와리 센굽타는 "최근 GDP 수치 발표 이후 지옥 문이 열린 것 같다"며 "이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쌓여온 것이며 특히 수요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매체에 전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이 지나치게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하며 기준금리를 2년 가까이 동결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성장 둔화를 설명하기에 역부족이다.
인도 델리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의 히만슈 경제학자는 "소비 수요가 크지 않으면 금리를 낮춰도 성장을 촉진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은 수요가 있어야 돈을 빌리고 투자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센굽타는 "현재 진행 중인 위기는 인도 경제가 '구 경제'와 '신 경제'의 성과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소 규모의 제조업·농업·전통 기업 등을 포함하는 '구 경제'는 개혁을 기다리고 있는 반면, 서비스 수출 붐을 일으켰던 '신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2~2023년 강력한 성장 뒤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 기관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글로벌 역량 센터(GCC)의 50% 이상이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설계 및 컨설팅 서비스에 중점을 둔 GCC는 460억 달러(약 66조원)의 수익과 최대 2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센굽타는 "GCC 유입은 사치품·부동산·자가용(SUV) 등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하며 도시 소비를 촉진했다. 이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영 여간 도시 지출의 금증을 주도했다"며 "그러나 GCC가 대부분 자리잡고 소비 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도시 지출 증가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강력한 소비 수요가 없다면 기업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없다면 소비 수요는 살아날 수 없다"며 "악순환"이라고 강조했다.
관세도 문제다.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국 제조업 육성 등을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BBC는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은 인도의 상품 수출은 2023년 현재에도 글로벌 점유율이 2%에 불과하다"며 "인도의 평균 관세는 2013/14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의 5% 수준에서 현재 약 17%로 높아져 미국과 거래하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다"고 전했다.
BBC는 "글로벌 가치 사슬의 세계에서 높은 관세는 상품 가격을 더욱 비싸게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루피화 환율 방어를 RBI가 개입한 것 역시 인도 상품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도 정부의 경제 고문을 역임한 아빈드 수브라마니안이 말했다.
BBC에 따르면 인도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가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경제라는 '과장된 이야기'가 투자·수출·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센굽타는 "인도는 여전히 가난한 나라다. 우리의 1인당 GDP는 3000달러인 반면 미국은 8만 6000달러에 달한다"며 "인도가 미국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도 루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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