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개선 요구하면 창립 후 첫 단독 파업
"업무부담 크지만 시중은행 대비 연봉 30% 적어"
이익배분제 및 성과수당 요구, 2차 파업도 검토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IBK기업은행 노조가 창립 후 처음으로 단독 파업에 돌입했다. 코로나 이후 정책금융 관련 업무가 대폭 증가했지만 연봉 및 시간 외 수당 등 시중은행에 크게 못미치는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다. 결정권을 지난 정부와 아직 대화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해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기업은행 노조)는 2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금융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는 방식이 독자적인 파업을 진행한 건 1961년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
파업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하루만 진행된다. 기업은행 노조에는 전체 직원 1만3000여명 중 9500여명이 가입됐으며 이중 휴직 등을 제외한 약 8000명 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출근을 하지 않고 을지로 본사 앞에서 집회 후 금융위원회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한다. 노조는 지난 12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95%의 찬성을 확보한바 있다.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차별 및 체불임금 해결'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은행이 매년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정당한 수당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재부(59.5%)가 지난 3년간 1조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가져간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정책금융이 대폭 확대되면서 직원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났지만 제대로 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시중은행 대비 70% 수준에 불과한 임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째 합리적인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단체교섭을 위한 자리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시국이 불안하지만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85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 연봉 1억1600만원 대비 73% 수준이다. 특히 시중은행이 월 기본급의 300%를 가량을 성과급으로 받는 반면, 기업은행은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시간 외 근무 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재 기업은행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시간 외 근무 시 추가 연차(휴가)를 주고 있는데, 노조는 직원들이 수당 대신 받은 휴가 중 바쁜 업무로 인해 사용하지 못한 잔여 기간을 감안하면 1인당 600만원 이상의 체불임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임금인상률 2.8%(현 2.5%) ▲이익배분제 도입 ▲보상휴가 현금 지급 ▲직급수당 증액 ▲우리사주 지급액 증액 등을 요구중이다.
은행 측은 이번 파업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조 요구를 수용할 권한이 사측에게 없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이익배분제와 보상휴가비 등은 모두 기재부 및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다. 임금인상률 역시 공무원 가이드라인(2.5%)을 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처우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당국과의 대화를 준비중이다. 필요할 경우 2차 총파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탄핵 정국에 따른 환율 상승 등 경제위기를 감안해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도한 투쟁은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어지러운 시국탓에 정부와 노조간의 기본적인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번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노조 측은 "오랫동안 쌓여온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결국 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