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프리미엄 코로나19 이후 최대, 왜?
'기능부전'에 빠진 차익거래 매커니즘
런던현물 매수, 뉴욕선물 매도 역동작
보편적 관세 우려 확산에 급박한 청산
인도 물량 확보? 재고가 없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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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의 금 선물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둘러싸고 월가 은행 사이에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대형 포지션 청산이 주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이른바 '보편적 관세' 목록에 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그동안 차익거래로 인기를 누린 '저가의 런던 현물 매수, 고가의 뉴욕 선물 매도' 포지션이 꼬이게 된 게 원인이다.
1. '패닉 바잉'
최근 은행들의 대형 포지션 청산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올해 런던의 현물시세와 뉴욕 선물가격의 스프레드(차이)가 대폭 확대되면서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선물과 런던금시장협회(LBMA) 현물의 가격 스프레드가 지난달 온스당 40달러대를 기록하더니 이달 들어 50달러대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의 70달러대 이후 최대폭인 한편 확대 속도는 당시보다 2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런던 현물 대비로 보면 뉴욕 선물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거다.
통상 양자의 스프레드는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반복하지만 추세적으로 봤을 땐 뉴욕 선물시세에 프리미엄이 붙어 플러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선물 거래 자체가 실물 인수도 없이 차익 결제가 가능해 거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거래도 활발해서다. 그렇다해도 차익거래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스프레드는, 즉 뉴욕 선물시세의 프리미엄은 과거 5달러 미만에서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처럼 뉴욕 선물시세의 프리미엄이 수십달러대에서 형성되고 나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런던 현물 매수, 뉴욕 선물 매도'라는 차익거래의 메커니즘이 '기능부전' 상태에 빠졌다는 의미다. 차익거래 메커니즘에서 선물 매도라는 한 축이 '패닉 바잉'으로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관련 차익거래로 쏠쏠한 수익을 챙겨왔던 월가 은행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2. 발단은 트럼프
런던의 현물시장에서 금을 사고 미국으로 들여와 높은 가격에 파는 기법은 최근 수년 동안 월가 은행들의 쏠쏠한 수입원이었다. 정확하게는 현물 매수와 동시에 시세 프리미엄이 붙은 뉴욕 선물을 매도해 가격 차익을 확정한 뒤 현물을 인도하는 거다. 이런 거래가 최근 수년 더 쏠쏠했던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 선물시세의 프리미엄이 추세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더 많이 이문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뉴욕에서 선물계약을 인도하려면 COMEX가 인정하는 규격의 금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런던에서는 400온스의 금괴를, 뉴욕에서는 100온스 금괴나 1kg 금괴 3개(1kg×3개)를 거래 단위로 사용한다. 종전에는 이런 규격 차이를 스위스의 정련소에서 해결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련소가 폐쇄되고 항공 운송이 중단되면서 뉴욕 선물시세의 프리미엄은 가파르게 확대됐다. 과거에 프리미엄이 5달러 미만에서 형성됐다는 얘기는 코로나19 전을 말한다.
쏠쏠한 차익을 누리던 월가 은행들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보편적 관세 품목에 금을 비롯한 귀금속류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국가를 불문하고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는 아직 명확한 일정이 발표(현재 영향 평가 중, 캐피털이코노믹스 4월 시행 전망)되지 않았지만 시행되면 은행들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차익은커녕 관세로 인해 대형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3. 현물이 없다
보편적 관세의 실행이 임박했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서둘러 런던에 있는 금을 미국으로 송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작년 11월 대선 직후부터 인출 움직임이 전개됐고 최근 그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현재 런던에서는 현물 재고가 빠르게 줄어 금을 인출하려면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차익거래 은행들의 수요는 물론,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비싸게 팔고자하는 투기성 선점 수요까지 달라붙은 까닭이다.
▶②편에서 계속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