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의 감독, 배우, 작가 다시 뭉쳐
단 한 곳의 장소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흔적 탐구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100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카메라의 앵글이 단 한 장소만 비추고 있다면? 당연히 '지루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톰 행크스(리키)와 로빈 라이트(마가렛)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영화 '히어'가 바로 그런 영화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순간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영화가 그리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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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히어'의 한 장면. [사진 = 메가박스중앙 제공] 2025.02.17 oks34@newspim.com |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 리키가 마가렛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늙어가는 과정을 담았다.영화는 주인공 톰 행크스가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 거실에 설치된 듯한 카메라는 고정된 앵글에서 리키와 마가렛 부부가 청년부터 중년, 노년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톰 행크스의 집이 지어지기 훨씬 전인 태초부터 공룡시대, 빙하기, 선사시대, 남북전쟁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장면이 중간중간 오버랩 된다. 이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한둘이 아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공간은 늘 리키의 집 거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 공간 속에서 인간은 태어나고, 사랑하고, 먹고 마시다가 죽음을 맞는다.
영화 속에서 인간은 드넓은 우주와 무한한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다. 영화의 주인공 격인 리키와 마가렛도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이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지탱해주고 견디게 하는 힘은 가족애다. 덕분에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에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이었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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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히어'의한 장면. [사진 = 메가박스중앙 제공] 2025.02.17 oks34@newspim.com |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 주역인 배우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에릭 로스 각본가가 다시 뭉쳐 만든 영화다. 만화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다. '백 투더 퓨쳐', '캐스트 어웨이', '콘택트' 등의 수많은 명작을 만들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히어'를 통해 시간과 기억, 인생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선보인다.
영화의 스토리 보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작품 전체에 적용한 할리우드 최초의 장편 영화로 주목받았다. 올해로 69세인 톰 행크스는 영화 초반부 생성형 AI 시각효과 기술 '디지털 메이크업'을 통해 20대의 모습으로 회춘했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보여주면서 감독은 기쁨, 슬픔, 사랑, 상실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원초적 문제임을 웅변한다.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서 감정의 폭풍을 경험했던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영화다. 19일 개봉.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