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사건서 법 위반 인정됐지만 '파면' 여부는 갈려
탄핵 인용되면 尹 파면 후 조기 대선…기각·각하되면 업무 복귀
[서울=뉴스핌] 김현구 홍석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날짜가 정해졌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따라 조기 대통령 선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기각 여부 및 판단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는 오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가 사건을 접수한 지 111일, 지난달 25일 변론 절차가 종료된 지 38일만에 선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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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오는 4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의 선고 모습. [사진=뉴스핌DB] |
◆ 헌법과 법률 위반…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성
탄핵의 인용·기각을 결정하는 기준은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 그리고 이 위반이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지에 따라 갈린다. 올해 헌재가 선고한 4건과 앞선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이같은 기준은 그대로 적시됐다.
우선 헌재는 지난달 13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해 모두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이들에 대한 탄핵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만 헌재는 같은 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하면서 일부 '살'을 덧붙였다. 최 원장의 직무집행행위 일부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일부 재판관들은 별개의견에서 최 원장의 법률 위반 행위를 다른 재판관들보다 더욱 폭넓게 인정했지만, 역시 최 원장을 파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 1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 사건을 재판관 4(인용)대 4(기각)로 기각했다. 재판관 4명은 이 위원장의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으나, 나머지 4명은 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용 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법 위반 행위가 인정됐지만 정도에 따라 인용·기각이 엇갈렸다.
헌재는 2004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됐던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는 발언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2017년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 헌재는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며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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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 23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KTV 국민방송 갈무리] |
◆ 인용 전망 우세…기각·각하 주장 힘 실리기도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르면 탄핵 결정이 인용되기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즉 현재 '8인 체제'인 헌재에서 이탈 표가 2명 이하인 경우 인용, 3명 이상인 경우는 기각이라는 것이다.
애초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인용 가능성이 크고, 과거 두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와 비슷하게 2주 전후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사건 평의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결과를 쉽게 예상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달이 넘는 평의로 재판부 내 '이견'은 기정사실이 됐고, 이 이견이 좁혀졌는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는 예측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탄핵 인용·기각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만장일치는 나오기 어렵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사건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의견은 좀 나뉘어 있을 것 같다"며 "40일 가까이 숙고를 했기 때문에 어떤 재판관이 견해를 바꾼다거나 하는 등 남은 변수는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한 권한대행 선고를 계기로 나온 5(인용)대 3(기각 또는 각하) 예측이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위원장과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한 권한대행 등의 탄핵 사건 선고 당시 헌재가 갈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여주면서, 이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무영 변호사도 "그동안 헌재 결정 분위기를 보면 4명은 인용, 2명은 기각 의견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인용이 무조건 6명이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변수는 없고 결론이 난 상태에서 결정문을 다듬는 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국민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한계선에 도달했다고 보인다. 교착 상태에 있었다면 선고일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별개의견이나 보충의견 정도가 달린 만장일치 인용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작은 가능성으로 7대 1 정도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거한다'라는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6월 안에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반면 재판관 8명 중 3명 이상이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