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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첫걸음] ③ "저는 하루살이파래요"…나래초의 엉뚱한 경제수업(르포)

기사입력 : 2025년06월08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6월08일 08:27

14일 세종 나래초 3학년 교실…21명 아이들과 특별한 경제수업
소비 성향 테스트부터 합리적 소비 빙고까지…"게임보다 재밌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결제가 일상이 된 시대.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도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은 해마다 낮아지고, 노인과 장애인은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뉴스핌>은 경제 취약계층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글싣는 순서] 경제 첫걸음

1. AI·디지털 시대인데…韓 경제 이해력은 '뒷걸음질'
2. "카푸어는 안돼요"…자립준비청년들의 야간학당
3. "저는 하루살이파래요"…나래초의 엉뚱한 경제수업
4. "오만원은 주황색! 장애인도 물건 살 수 있어요"
5. 경제 취약계층 격차 더 벌어져…정부, 경제교육 확대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월 14일 오전 9시. 세종 나래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조금 특별한 수업이 시작됐다. 평소에는 국어와 수학 교과서가 놓이던 책상 위에 오늘은 경제 관련한 문제지들이 펼쳐졌다.

기획재정부가 지원하는 초등 경제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수업에는 2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주제는 '합리적 소비', 방식은 '신나게 놀면서 배우기'였다. 딱딱하던 교실이 '경제 놀이터'로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경제 수업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내가 최근에 소비한 것은 무엇인지, 그 물건은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갖고 싶어서 샀던 것인지. 이윽고 칠판 한편에 '재화'와 '서비스'라는 단어가 적히고, 강사는 곧바로 '소비 성향 테스트'로 수업을 이끌었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월 14일 세종 나래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경제 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2025.06.08 plum@newspim.com

질문지는 열 문항. 용돈기입장을 써본 적이 있는지, 유행을 따라 구매를 해본 적이 있는지, 충동적으로 돈을 쓴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들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손에 쥔 연필이 분주히 움직였고, 교실 곳곳에서는 종이를 살짝 넘기는 바스락거림이 들렸다.

그 결과 7개 이상에 체크한 아이들은 '하루살이파', 5~6개는 '기분파', 3~4개는 '알뜰살뜰파'로 분류됐다. 그리고 0~2개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미래 확실파'라는 이름표를 받았다.

아이들은 질문을 연신 쏟아냈다. "하루살이파가 뭐예요?", "기분파는 왜 돈을 써요?" 호기심 어린 질문에 류상희 대전세종경제교육센터 강사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하루살이파는요, 오늘 돈을 다 써버리는 친구예요. 기분이 좋거나 슬플 때 막 쓰는 건 기분파, 계획적으로 돈을 쓰는 친구들은 알뜰살뜰파랍니다"

이어지는 수업 주제는 '합리적인 소비'였다. 핸드폰 케이스, 컴퓨터, 애플 제품까지 다양한 소비 경험이 쏟아졌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산 적 있나요?"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수줍게 웃으며 "네" 하고 웅성거렸다.

교실 뒤편 화이트보드에는 '합리적 소비'라는 단어가 또박또박 적혔다. 류상희 강사는 "브랜드, 1+1, 할인, 리뷰 등 우리가 소비할 때 고려하는 것들"이라며 "충동적으로 사는 건 과소비고, 계획을 세우고 돈을 아껴 쓰는 건 합리적인 소비"라고 설명했다.

그 순간 한 아이가 "선생님, 1+1이 두 개 가격일 수도 있어요!"라고 외쳤다. 경제 수업에 진지하게 녹아든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아이는 "한 개 가격에 두 개를 주면 더 좋은 거 아닌가?"라며 짝꿍에게 물었다. 경제를 숫자로 배울 수 있던 순간이었다.

이날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합리적 소비 빙고 게임'이었다. "원 빙고!" "투입고!" 외침이 터질 때마다 교실 분위기는 고조됐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 습관과 관련된 문장을 익혔다. '용돈을 받는다', '계획을 세운다', '저축을 한다' 등 다양한 문장들이 빙고판에 채워졌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월 14일 세종 나래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경제 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2025.06.08 plum@newspim.com

수업 마지막 시간엔 '용돈기입장 실습'이 진행됐다. 류상희 강사가 준비해 온 21개의 용돈기입장은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아이들은 가상의 4만원 용돈을 가지고 각자 저축, 간식, 선물, 놀이 등 항목에 맞춰 계획을 세웠다.

한 아이는 "할머니 생신 선물을 살래요"라고 말했고, 또 다른 아이는 "4만원 중에 게임으로 2만원, 저축은 2만원 할래요"라고 썼다. 어떤 친구는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요"라고 했다가, "그럼 저축을 해서 다음 달에 가야겠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교육을 마친 류상희 강사는 "돈을 쓰는 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선택이에요. 아이들이 오늘 수업을 통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조금이나마 길렀으면 좋겠어요"라고 재차 당부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선생님이 경제교육을 한다고 해서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막상 교육을 들어보니 게임보다 재밌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집에 가서 엄마한테 용돈기입장 보여주고 용돈 받을래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류상희 강사는 "요즘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경제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빠르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경제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유치원생부터 초등, 중등, 고등 등 어릴 때 경제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월 14일 세종 나래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경제 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2025.06.08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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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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