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후 0.5% 넘은 적 없어
'트럼프 관세'로 금리인상 기대 급후퇴
"향후 2~3년 간 금리인상 한 차례"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은행(BOJ)의 금융 정책, 특히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0.5%의 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정책금리를 0.5% 이상으로 올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1995년 당시 정책금리였던 공정이율을 1%에서 0.5%로 인하했다. 그 이후에는 한 차례도 금리 인상을 하지 못했고, 일본의 금리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금리를 0.5%까지 인상했지만, 그해 발생한 '파리바 쇼크'와 이듬해 '리먼 쇼크'로 인해 다시 금융 완화로 방향을 틀었고 금리는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2024년 3월 BOJ는 역사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같은 해 7월에는 금리를 0.25%로 인상했다. 이어 2025년 1월 0.5%로 추가 인상했다.
이후에도 우에다 가즈오 총재를 비롯한 BOJ 관계자들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시장에서는 BOJ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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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관세'로 금리인상 기대 급후퇴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관세 여파로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BOJ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23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금융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685% 수준에서 거래됐다. 2년물 수익률은 3월 하순까지 BOJ의 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해 가파르게 상승하며 0.880%까지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관세의 세부 내용을 밝히면서 급락했다. 지난 7일에는 한때 0.540%까지 떨어져 현재 정책금리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왑(OIS) 시장이 반영하는 금리 인상 확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4월 2일 시점에서 100%를 넘었던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상호관세가 발동되고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9일에는 10% 이하로 급락했다. 이후 다시 상승했지만 여전히 50~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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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향후 2~3년 간 금리인상 한 차례"
우에다 총재는 18일 중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그에 맞춰 금리 인상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리세션(경기 후퇴)에 빠지면, BOJ가 금리 인상 기조를 포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배경에 있다.
BOJ는 4월 30일~5월 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없다"고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SMBC닛코증권의 오쿠무라 노미노 수석 금리 전략가는 "시장은 향후 2~3년 동안 금리 인상을 한 차례밖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BOJ가 30년간 넘지 못했던 '5%의 벽'을 당분간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시장은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