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젊은 층, 현대는 중장년 선호"… 브랜드 대결
'도보권 홍보관' 삼성 VS '갤러리로 차량 지원' 현대
현대건설, '전통 계승' 전면에… 브랜드·기술·상표까지 총력
삼성물산, 글로벌 실적 앞세워 '기술력' 강조
"주차장 대신 초등학교를"… 조합원들 공약 주시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젊은 분들은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을, 연세 있으신 분들은 전통의 현대건설을 선호하죠."
지난 14일 서울 강남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앞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건설사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어느 한 곳이 우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수주전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덧붙였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주민들의 표심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단지를 포함한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의 시공사 선정이 오는 9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5년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래 한강변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5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가 진행됐고, 재건축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 일대 6개 재건축 구역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총 사업비 2조4000억원 규모로,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기존 1924가구를 지하 5층~지상 65층, 총 2571가구 규모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 '도보권 홍보관' 삼성 VS '갤러리로 차량 지원' 현대
단지는 한강 조망권과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접성, 현대백화점 등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선두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전에 본격 나서며 단지 인근에서 홍보시설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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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삼성물산은 별도 압구정TF를 꾸리고 지난 6일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Lounge'를 개관했다. 삼성물산은 해당 홍보관을 통해 비단 2구역 뿐 아니라 재건축이 이뤄지는 압구정 전체 구역에 대한 장기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2025.05.14 dosong@newspim.com |
삼성물산은 별도 압구정TF를 꾸리고 지난 6일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Lounge'를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향후 단지 설계, 기술력, 시공 실적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영상 및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와 인접해 도보로 이동이 쉽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이날 점심쯤 삼삼오오 홍보관을 찾은 주민들은 "이제 홍보관들을 둘러보는 중"이라며 마실을 나서듯 홍보관에 들어섰다.
삼성물산은 해당 홍보관을 통해 비단 2구역 뿐 아니라 재건축이 이뤄지는 압구정 전체 구역에 대한 장기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와 같이 밝히며 "단기 임대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홍보관은 총 6개 층 전체 임대 중이며, 라운지 공간이 있어 직원들의 상시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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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현대건설이 운영 중인 '디에이치 갤러리'는 압구정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신사역에 위치해 있다. 2025.05.14 dosong@newspim.com |
현대건설이 운영 중인 '디에이치 갤러리'는 압구정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신사역에 위치해 S.Lounge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홍보가 이뤄지는 갤러리와 직원들이 근무하는 라운지 역시도 분리돼, 거리가 다소 멀다.
다만 현대건설은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차량을 이용해 단지에서 갤러리로 조합원의 이동을 지원하는 중이다. 한 조합원은 갤러리를 둘러봤던 경험을 설명하며 "벽을 터서 방을 넓히거나, 혈압 체크 등 주택 내 헬스케어 시스템 등 신기술 중심의 홍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1975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 경험을 앞세워 '전통의 계승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압구정 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총 4건의 상표권을 출원했고, 최근에는 대형 법무법인 광장과 손잡고 상표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 조합원, 상속세·분담금 부담…"주차장 대신 초등학교를" 공약도 주시
조합원들의 표심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핵심은 건설사들의 '공약'이다. 단지 안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통해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뿐 아니라 정주 여건 전반의 개선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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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단지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에 초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부지는 1981년 도시계획시설로 학교 및 공원 용도로 지정됐으나, 2004년 학교 용도가 폐지되면서 공원 및 주차장으로 변경돼 현재는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5.05.14 dosong@newspim.com |
특히 주민들 사이에선 단지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에 초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부지는 1981년 도시계획시설로 학교 및 공원 용도로 지정됐으나, 2004년 학교 용도가 폐지되면서 공원 및 주차장으로 변경돼 현재는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부지를 다시 초등학교 용도로 바꾸고, 단지 내에 지하주차장을 신설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40년째 이곳에 거주 중인 김모(85) 씨는 "입주 당시 초등학교가 들어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주차장으로만 쓰이고 있다"며 "이참에 교육환경도 함께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단지 옆에 위치한 압구정 고가의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한 방음시설 설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에 대한 회의감도 감지된다. 공인중개사 B씨는 "80대 이상 고령 주민들도 많아 '나는 못 들어갈 것'이라며 무관심한 척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속 문제를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며 "증여세와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 조합원은 "집 외에 재산이 없어 세금을 내기 어렵다. 결국 빚을 지거나 집을 팔아야 한다"며 "25억~30억원 수준에서 매도 후 세금을 내고 자녀들과 분산 이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 삶에 만족하는 주민들은 굳이 재건축을 원하지 않기도 한다"며 "분담금 부담도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합원 요구사항은 향후 수주 경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주민 의견을 청취 중인 건설사들은 입찰제안서에 해당 내용들을 반영할 것으로 점쳐진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은 내달 18일 입찰공고를 낸 뒤, 8월 11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이후 9월 중 1~3차 합동설명회를 거쳐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