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삭스팬' 알려진 뒤 컵스와 시즌 첫 맞대결
삭스팬, 교황 복장하고 응원했지만 팀은 3-13 대패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전 세계 가톨릭계의 새 지도자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된 지난 9일(한국시간) 시카고는 시끌벅적했다. 시카고 컵스 팬인지,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인지로 논쟁이 뜨거웠다. 메이저리그(MLB)의 전통의 지역 라이벌인 컵스와 화이트삭스는 새 교황의 팬심을 두고 유쾌한 경쟁을 벌였다. 양 팀 모두 교황의 출신 도시가 시카고라는 점을 앞세워 "교황은 우리 팀 팬"이라며 SNS와 구장 현수막까지 동원됐다.
포문은 컵스가 먼저 열었다. 컵스는 홈구장 리글리필드 외벽 전광판에 "Hey Chicago, the Pope is a Cubs fan"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구단주 톰 리케츠는 "교황이 리글리필드를 방문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고 김칫국부터 마셨다. 화이트삭스도 반격했다. 레이트필드 전광판에는 "Hey Chicago, the Pope is a Sox fan"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팬들은 SNS에서 컵스를 향해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교황의 친형인 존 프레보스트가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한 번도 컵스 팬이 아니었다. 항상 화이트삭스를 응원했다"고 밝혔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이 인터뷰 영상을 공식 SNS에 공유하며 "정답이 여기 있다"며 팬들과 함께 환호했다. 교황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바티칸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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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이 17일 MLB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교황 복장을 하고 삭스 팀을 응원하고 있다. 2025.5.17 psoq1337@newspim.com |
화이트삭스와 컵스는 17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치렀다. 경기장에는 교황 복장을 한 팬들이 대거 등장해 응원전을 펼치며 '성스러운 응원전'을 펼쳤다.
화이트삭스 팬들이 응원 열기를 불태웠지만 경기 결과는 컵스의 13-3 대승. 컵스의 타선이 불을 뿜으며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경기 후 삭스 일부 팬들은 "교황님의 축복이 너무 무거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컵스 팬들은 "신도 결국 야구는 숫자라고 생각하신 듯"이라며 즐거워했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2005년 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에 교황이 직접 방문한 사실을 공개하며 교황이 앉았던 관람석에 기념 그래픽을 설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가톨릭 인구 비율이 높다. 야구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아 "응원 팀 선택이 신앙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교황 팬심 논쟁'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시카고 야구 팬들의 정체성과 문화, 자부심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