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3개월 만에 다툼 중 기절시킨 뒤 살해
대법 "범행 수법 등 고려하면 '잔혹 범행'에 해당"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결별을 요구해 온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이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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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김씨는 지난해 2월 중순부터 중학교 선후배 관계로 알고 지내던 A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김씨는 A씨가 이성 지인들과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기를 요구했고, 그에게 실시간 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자고 제안하는 등 강하게 집착했다.
이에 A씨는 "숨이 막히고 잘 맞지 않으니 헤어지자"라고 여러 차례 결별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A씨는 "난 너 없이는 살 수 없다. 내가 미안하다"라고 결별 요구를 무시하면서 피해자와의 교제를 지속하기 위해 피해자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집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같은 해 5월에도 김씨에게 재차 결별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본인의 집 부근 편의점에서 칼날 길이 약 10cm의 과도를 구입한 다음 "나 칼 사서 집가", "죽을 건데"라고 등의 메시지를 보내 A씨를 위협하고 결별을 주저하게 했다.
김씨는 같은 달 21일에도 김씨의 집에서 집착과 다른 사람의 관계 등에 대해 말다툼을 했다. 그러던 중 화가 난 김씨는 A씨의 상체를 뒤로 밀쳐 그를 침대에 눕히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 다음, 앞서 구입해 보관하고 있던 과도로 A씨의 목 부위 7회, 왼쪽 가슴 부위 2회, 배 부위 2회 등 총 11회를 찔러 살해했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본인을 먼저 칼로 공격했다고 거짓 진술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모면 또는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현재는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사건 당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도 피고인과 합의해 관대한 처분을 요청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대해 "이 사건 살인 범죄는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의 특수한 관계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폭력성이 발현된 것은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 결과와 정신병질자 평가(PCL-R) 결과를 종합하면 종합적인 재범 위험성은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피고인은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초범이었고, 장기간의 징역형 선고 및 집행을 통해 재범 방지 및 성행 교정 등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심의 징역 20년 선고에 대해 양형기준상 가중 요소로 '잔혹한 범행 방법'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2심은 "범행의 구체적인 수법과 가격 부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가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고, 이는 살인 범죄의 특별가중인자인 잔혹한 범행 수법을 사용한 경우의 유형 중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1심에서 피해자의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 측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은 특별감경인자로서 '처벌불원'에 해당하나, 이는 행위자인자로서 원칙적으로 행위인자인 잔혹한 범행 수법을 사용한 경우보다는 낮게 고려돼야 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