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접근
5개 지자체, 공사 권한 확보 위한 법 개정 요구
[광명=뉴스핌] 박승봉 기자 = 지난 4월 11일 오후 3시 13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공사현장에서 지하 터널 상부 도로 약 50m 구간이 무너졌다. 현장에는 18명의 작업자가 있었고, 이 중 1명은 13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또 다른 1명은 끝내 사망한 채 발견됐다.

30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해보면, 사고는 단순한 구조물 붕괴가 아니었다. 시민의 일상, 안전, 그리고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린 사건이었다.
광명시는 이 사고를 단순 수습이 아닌 '도시 시스템의 재설계'라는 프레임에서 접근했다. 단기 수습에서 중장기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는 대응은 전국 자치단체의 위기관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시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사고 직후의 즉각 대응
광명시는 사고 발생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박승원 시장을 중심으로 사고 수습 체계를 신속히 구축했다.
고립된 작업자 구조를 위해 국토교통부, 소방당국, 경찰과 긴밀히 협력했으며, 실종자 가족에 대한 심리·행정 지원도 병행했다.

박 시장은 당시 SNS에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구조작업에 동원된 소방대원과 관계자들을 독려하고, 시민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정보를 수시로 공유했다.
◆ 민원대응TF·피해자지원센터 설치...시민 일상 회복 위한 행정 통합창구 마련
사고 이틀 뒤, 광명시는 시장 직속 '민원대응TF팀'을 발족했다. 총 16개 부서의 팀장이 일직동 행정복지센터에 상주하며 ▲안전점검 ▲복구 지원 ▲심리·재정 회복 ▲정보 홍보 등 4개 분야로 민원을 처리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포함이다.
이어 '재난피해자지원센터'도 설치되어 포스코이앤씨, 넥스트레인,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상시 참여하는 원스톱 민원·보상 플랫폼이 완성됐다. 이는 기존 공공행정의 분절적 대응을 개선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 '시민안전대책위원회' 출범...감시 주체를 행정에서 시민으로 확장
광명시는 공사장 안전에 대한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안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은 인근 주민들로 꾸려지며, 전문 자문을 받아 공사 현장 점검, 안전 자료 검토, 관리 실태 확인에 직접 참여한다. 이는 '보여주는 행정'에서 '같이 확인하는 행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박 시장은 "공사 전 과정에 시민 참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지하사고조사위원회' 독립 구성…지자체 주도의 기술·법률 분석 착수
국토부의 건설사고조사위와 별도로, 광명시는 5월 자체적인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민간 전문가 11명(토목·지질·지반·법률 등)과 시 공무원 1명이 참여해 ▲지반 특성 ▲공법 적정성 ▲감리 관리체계 ▲법령 위반 여부 등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활동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조사위 구성은 지방정부 차원의 권한 행사이자, 책임 있는 진상조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 5개 지자체 공동 대응..."현행법, 지방정부를 배제하고 있다"
5월 15일, 광명·안산·시흥·화성·안양 등 신안산선이 통과하는 5개 기초지자체가 공동간담회 및 건의문 채택에 나섰다. 핵심은 지자체의 실질적 권한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이다.
현재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시공 권한이 없는 지자체는 공사 점검이나 사고조사위 참여 권한이 없다. 이들은 ▲전 구간 정밀안전진단 ▲지자체 전문가 법적 참여 보장 ▲시민·전문가 공정 참여 제도화 ▲공사 주체와의 정례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박승원 시장은 "지방정부가 현장에 있으면서도 제도적 참여가 불가능한 것은 안전관리의 구조적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 국회 기자회견...주민 직접 나서 "보상도, 복구도 없다"

5월 20일, 피해 주민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이앤씨에 ▲조속한 보상 ▲지반 특수진단 ▲공사 중단 ▲환풍구 재시공 반대 등을 요구했다.
일부 주민은 사고 이후 숙박업소에서 장기 체류 중이며, 생업 손실에 대한 지원도 전무하다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임오경·김남희 의원은 "사고 원인 청문회 추진과 제도 개선, 국비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보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 복구는 포장공사보다 먼저, 신뢰 회복에서 시작됐다
광명시는 사고 이후 가학로 일대에 임시 우회도로 개설 공사를 진행 중이며, 정비 완료 후 교통 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진정한 복구는 도로가 아닌 시민의 삶과 안전을 재건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박 시장은 최근 SNS에 "시민이 다시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어야 복구가 완성된다"며, 구조물 복구를 넘어 공동체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광명시는 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붕괴된 현장을 복원하는 동시에, 행정·제도·시민 참여 구조를 함께 복원하는 일에 착수했다. 사고 원인을 외주화하지 않았고, 시민 감시를 형식으로 두지 않았다.
"구조물이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공동체의 믿음이다."
광명시는 이를 정책으로, 제도로,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1141worl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