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무역 합의도 상승 재료...미국 원유 재고 증가는 상승폭 제한
ADP 고용 부진에 연준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커지며 금값 지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2일(현지시각) 유가가 3% 급등했다. 금값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로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2달러(3%) 상승한 69.11달러에 마감됐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2달러(3.1%) 오른 67.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은 앞으로 자국의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든 사찰은 테헤란의 국가안보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공포했다. 해당 법에 따라 이란의 핵시설과 평화적 핵활동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IAEA 사찰관의 이란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란은 IAEA가 서방 국가들의 편을 들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공습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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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본사 앞에서 펄럭이는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UBS의 상품 애널리스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시장이 이란의 조치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부분이며, 실제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트남 국영 매체가 미국과 베트남 간 무역 합의 체결을 발표한 것도 한몫 했다. 양국은 막판 협상을 통해 베트남산 수출품 다수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
에너지 자문사 리터부시 앤 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미국과 베트남 간 관세 합의가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가는 장중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는데, 이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미국 내 원유 재고가 380만 배럴 증가해 총 4억1900만 배럴에 이르렀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가 실시한 애널리스트 설문에서는 180만 배럴 감소가 예상됐는데 이를 뒤집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울러 휘발유 수요는 하루 860만 배럴로 줄어들며, 여름 성수기 운전 시즌의 소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미즈호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 밥 요거는 "여름철에는 하루 900만 배럴 수준이 건전한 시장의 기준선"이라며 "현재 우리는 그보다 훨씬 밑도는 상황이며, 이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필립 노바 수석 시장 분석가 프리얀카 사크데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연합체인 OPEC+의 공급 증가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어,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IG의 애널리스트 토니 시카모어는 "목요일 발표될 미국의 주요 월간 고용 보고서가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기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에 따라 석유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한편 금값은 ADP 고용 지표 부진에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가 커지면서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8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날보다 0.3% 상승한 3359.70달러에 마감됐고,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3일 2시 51분 전날보다 0.3% 오른 3348.60달러를 기록했다.
ADP에 따르면 6월 고용은 3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만5000명 증가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뒤엎는 결과다. 5월 고용도 당초 발표됐던 3만7000명 증가에서 2만9000명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ADP 민간 고용이 감소한 건 지난 202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들이 이 같은 약한 고용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실제로 ADP 보고서 발표 이후,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소 확대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7월 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20%에서 24.3%로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추가 금리 인하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달 회의에서의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향후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한 상태라 지표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이로 인해 목요일 발표될 비농업 고용 보고서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킷코 메탈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짐 와이코프는 "만약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온다면 이는 금 가격에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원하는 만큼 빨리 또는 자주 인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더들은 상원을 통과한 뒤 최종 승인을 위해 미국 하원으로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세금 및 지출 법안과 7월 9일 마감 시한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관세 관련 불확실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