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서울=뉴스핌] 장일현 오상용 기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사전 녹화돼 오는 4일(현지시간 금요일) 방송 예정인 BBC와 인터뷰에서 "리브스 장관이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재무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리브스) 재무장관은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스타머)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밤 영국 국채(길트)와 파운드는 동반 급락했다. 무늬만 개혁에 그친 복지 개혁법안 처리와 재정지출 절감 등을 둘러싸고 야당의 질타가 쏟아진 가운데 스타머 총리는 복지개혁을 주도했던 리브스 장관을 적극적으로 두둔하지 않았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리브스 장관의 얼굴이 전파를 타자, 런던 국채시장과 외환시장은 리브스 장관의 교체 가능성, 그에 따른 재정규율 후퇴 위험을 급히 가격에 반영했다.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장중 18bp(0.18%포인트) 상승한 4.64%로 치솟았다(국채가격 급락). 이는 3년 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파동 때와 맞먹는 금리 오름폭이었다. 파운드 역시 달러 대비 1.1%, 유로화 대비 0.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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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패닉에 가까운 반응에 화들짝 놀란 스타머 총리는 리브스 장관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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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레이철 리브스(오른쪽) 영국 재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총리 질의(PMQ)' 시간에 발언하는 동안 뒷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스타머 총리는 리브스 장관에 대한 지지와 유임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재무장관실은 이후 "리브스 장관이 눈물을 흘린 것은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고, 스타머 총리실은 리브스 장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다. 2025.07.02. ihjang67@newspim.com |
영란은행 출신인 리브스 장관은 여성으로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무장관에 올랐다. 트러스 전 총리 때 영국은 물론 국제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감세 정책으로 크게 실추된 영국 재정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리브스 장관은 취임 이후 "높은 부채와 높은 세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로 인해 경색된 국가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상적인 정부 지출은 재정수입(세수)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도 금과옥조로 내걸었다.
복지 부문의 정부 지출 55억파운드를 삭감하려는 시도, 즉 리브스 장관이 추진한 복지 개혁 법안 작업도 그 일환이었다.
해당 개혁안은 건강상 문제가 있는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개인 자립 지원금(PIP : Personal Independence Payment)의 지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게 골자였다. 이는 경제적 무능력자와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정부의 복지 지출이 국방 예산을 넘어선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여당(노동당)내 심각한 저항에 부딪쳤고 장애인과 인권 단체들도 법안 부결을 촉구하며 노동당을 압박했다.
당 안팎의 반발 속에 스타머 총리는 결국 지출삭감 계획을 대폭 손질, 당초안에서 크게 후퇴한 복지개혁 법안 처리에 성공했다. 이 또한 노동당 의원 49명의 반발 속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개혁 법안 통과에도, 당초 목표한 예산 절감은 공염불이 됐다. 향후 4년간 절감되는 예산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재정정책 연구소(Institute for Fiscal Studies)와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 뒤따랐다.
야당의 질타는 해당 법안이 통과된 후 쏟아졌다.
로버트 젠릭 보수당 의원은 "리브스가 떠날 때가 됐다"며 "그녀의 복지 (개혁)법안은 무산됐고, 그녀의 커리어도 마찬가지"라고 몰아붙였다.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스타머 총리가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인간 방패로 리브스 장관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녀(리브스 장관)가 비참해 보인다"고도 했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