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면제·요금 감면 등으로 수익성 타격 불가피
KT·LG유플러스, 마케팅 경쟁 가열…보조금 과열 양상
실적 전망 하향, 브랜드 신뢰도도 하락세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대규모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통신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경쟁사로의 가입자 이탈과 위약금 환급, 요금 감면 등으로 인한 SK텔레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뉴스핌이 서울 시내 KT, LG유플러스 대리점과 스마트폰 판매점을 둘러본 결과, SK텔레콤 가입자 대상 약정 해지 고객에 대한 위약금 환급 결정 이후 KT와 LG유플러스의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와 각종 휴대폰 정보 공유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네이버 밴드' 등에는 KT와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 시 최대 100만 원이 넘는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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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시내 위치한 KT 대리점 모습. [사진=양태훈 기자] |
이는 지난 4일 SK텔레콤이 발표한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4월 19일 이후 해지했거나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의 위약금 전액 면제 및 환급 ▲전체 가입자 대상 8월 통신요금 50% 감면 ▲전국 대리점에서의 유심 무상 교체 ▲5년간 7,000억 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 등을 포함한 '고객 감사 패키지'를 약속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가 경쟁사들의 고객 유치 마케팅을 자극해, 보조금 확대 등 과열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시장 과열과 고객 이탈 조짐은 결국 SK텔레콤의 경영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전망치를 기존 17조 8,000억 원에서 17조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시행된 고객 감사 패키지 및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약 4.5%의 매출 감소폭이다. 영업이익 가이던스도 기존 '전년 대비 개선'에서 '전년 대비 감소'로 바뀌었다.
SK텔레콤은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오는 8월 한 달간 휴대폰 요금을 50% 감면할 계획이다. 여기에 5GB 추가 데이터, 멤버십 할인 확대 등의 혜택을 포함한 '고객 감사 패키지' 시행에 약 5,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유심 무료 교체, 해지 고객 대상 위약금 전액 면제 등의 조치가 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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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시내 위치한 LG유플러스 대리점 모습. [사진=양태훈 기자] |
특히 약정 해지 고객에 대한 위약금 환급은 실질적인 영업수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19일 이후 해지한 고객 중 일부는 이미 위약금을 납부한 상태이며, 이에 대한 환급도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보상안 발표 이전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위약금 손실 규모를 1,000억~2,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는데, 이러한 부담이 당분간 실적 개선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객 이탈 여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올해 4월 22일부터 6월 22일까지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고객은 약 51만 8,400명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해당 기간 동안 SK텔레콤의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 영업이 일시 중단되며 수익 공백도 발생했다.
SK텔레콤이 발표한 정보보호 혁신안도 비용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5년간 7,000억 원을 투입해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보안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향후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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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해 향후 계획을 밝히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증권가의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보상안 발표 전 보고서를 낸 KB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은 각각 올해 매출로 18조 원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SK텔레콤이 공시한 가이던스는 이보다 5,000억 원 가량 낮은 1조 5,000억 원 미만 수준이다.
한편, 재무적 부담 외에도 브랜드 신뢰 회복 역시 과제로 떠올랐다. 브랜드스탁 조사에 따르면, 2분기 SK텔레콤 브랜드 순위는 전분기 대비 29계단 하락해 통신 3사 중 2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상승하거나 유지하며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