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물 금리 급락·30년물 금리 급등…달러화도 하락 압력
트럼프 '파월 해임 안 한다' 진화에도 시장 충격 여전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에 환율·채권 동반 출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채권시장이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설에 크게 흔들렸다. 2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3.86%까지 급락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8주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장단기 금리차는 약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날 CBS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할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54%에서 한때 66%까지 급등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계획은 없다"고 해명한 뒤 60% 수준으로 내려왔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2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7.2bp(1bp=0.01%포인트) 하락한 3.884%에 마감됐다. 30년물 금리는 장중 5.08%까지 오르며 8주래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트럼프의 발언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5.01%에 거래를 마쳤다.
장기물 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는 재정지출 확대와 물가 상승 우려 외에도, 파월 해임 시 연준의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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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30년물 금리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7.17 koinwon@newspim.com |
10년물 금리는 한때 상승했으나 이후 하락 전환, 3.3bp 내린 4.454%를 기록했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차는 장중 61.8bp까지 벌어지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가팔라졌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파월 비판이 최근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비용 초과(25억달러)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기 혐의 같은 일이 아닌 이상 파월을 해임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질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6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0%로, 시장 예상치(0.2%)를 밑돌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됐음을 시사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3% 상승해 전월(2.7%)보다 둔화됐다. 이에 따라 연준의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트럼프發 파월 경질설에 달러 하락…"연준 독립성 훼손시 신뢰 붕괴"
파월 해임설은 외환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0.25% 하락한 98.34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1721달러까지 치솟은 뒤 1.1633달러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도 0.7% 하락한 147.82엔을 나타냈다.
시장에선 파월이 실제 경질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돼, 달러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모넥스USA의 트레이딩 책임자인 후안 페레즈는 "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하는 어떤 행위든 달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G의 외환 전략가인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파월이 물러나면 9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것이고, 이는 유로/달러를 1.2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재료"라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도 여전히 여운을 남겼다. 가구·전자제품·스포츠용품 등 대중국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해, 트럼프 관세의 인플레이션 파급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관세는 조약대로 갈 것"이라며, 인도와도 새로운 무역 합의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틀 전에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상 타결을 발표한 바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