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0억원 초과 거래 비중 절반 급감, 시장은 중저가 위주로 재편
서울 고가 아파트 3.6% 오를 때, 인천은 6.1% 급락… '딴 세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고강도 대출규제 이후 수도권 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소수 거래 매물의 가격은 재건축 기대감을 업고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소수의 투자자가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특정 아파트로 몰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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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책 이후 수도권 금액대별 평균 매매가 상승률. [자료=집토스] |
17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7일 이전 수도권 전체 아파트 거래의 23.9%를 차지했던 10억원 초과 아파트의 비중은 28일 이후부터 12.1%로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5억원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40.1%에서 50.4%로 늘어나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이 덜한 중저가 위주로 재편됐음을 시사했다.
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거래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전후 수도권 10억원 초과 동일 단지·동일 평형의 평균 매매가는 2.8% 상승했다. 5억원 이하(0.9%)와 5억~10억원(0.9%) 아파트 대비 높은 상승률이다.
대부분의 상승세는 서울이 이끌었다. 서울 10억원 초과 아파트 실거래는 대출규제 시행 후 3.6% 급등했지만, 경기도는 0.5% 상승에 그쳤고 인천은 6.1% 하락하는 등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드러났다. 서울의 '나홀로' 오름세 중심에는 준공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있었다. 서울 실거래가 10억원 초과 단지 중 30년 초과 아파트 거래가격은 대출규제 이후 7.3%나 급등하며 신축(3.8%)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대출 규제로 대다수 아파트의 매수세는 위축됐지만, 자금력이 있는 수요는 재건축과 같은 확실한 투자처로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신고 기한(30일)에 따른 데이터 집계 시차를 고려해 각 시점별 거래량을 금액대별 비중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책 전후(5월 1일~6월 27일, 6월 28일~7월 16일)에 1건 이상 중개거래가 있었던 수도권 2377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동일 단지·동일 평형의 평균 매매가 변동률을 대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