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중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까지 2연패다.
선거 패배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자민당 총재)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 내부에서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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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 가시화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다음 날인 지난 21일,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에 한 순간의 정체도 있어선 안 된다"며 "국정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계속 집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고물가, 자연재해 대응 등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퇴진 대신 '책임 있는 계속'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자민당 내부의 반발은 거세다. 고치현 자민당 지부는 당 본부에 총재의 조기 퇴진을 공식 요청할 방침을 밝혔고, 참의원 의원 아오야마 시게하루는 "레임덕 정권이 통상 협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실권이 약해진 총리가 중대한 외교·경제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비판은 당내 실세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복수의 당 간부가 기자들과의 접촉에서 "3연패(중의원, 도쿄도 지방선거, 참의원) 상황에서 총리가 버티는 건 무리수"라며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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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자민당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소수 여당 전락...야당과의 협력도 난망
특히 2007년 참의원 선거 후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퇴진을 요구했던 이시바 총리가 이번에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원로인 아소 다로 최고고문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이 회동을 가지며 정국 구상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이시바 총리가 과거 '아소 끌어내리기'에 가담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아소파가 적극적으로 퇴진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국 운영도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 자민당과 공명당은 참의원에서도 과반을 상실하며, 양원 모두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이나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지만, 야당은 이시바 정권과의 연정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권과 협력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입헌민주당은 내각 불신임 결의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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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 개표 상황 지켜보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관세 협상 실패시 퇴진 '트리거'
설상가상으로 오는 8월 1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25%의 상호관세 발동 시한이 도래한다.
이시바 총리는 직접 미국을 방문해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는 퇴진 압박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고립과 지지 기반 약화 속에서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당내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거론되며 포스트 이시바 구도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시바 총리는 오는 31일 당내 의원 간담회를 열어 상황을 수습할 계획이지만, 해당 회의는 공식 결정을 내리는 총회가 아닌 만큼 불만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민당 당규 6조는 국회의원 과반 및 지역 당협 대표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조기 총재 선거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당내 역학 구도 변화에 따라 '이시바 퇴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당 내부에서 누적된 불만과 거듭된 선거 패배, 외교·경제 현안의 부담이 복합적으로 정권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시바의 시계는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