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바흐-코번트리 위원장과 회동 공개
윤강로 "北 IOC 위원 7년 공백 해소될 것"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김일국 북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장웅 전 위원이 명예위원으로 전환된 2018년 이후 7년째 공석인 북한 몫 IOC 위원 자리를 김일국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IOC는 토마스 바흐 전 위원장의 퇴임 하루 전날인 6월 22일 김일국이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공식 방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자리엔 커스티 코번트리 당시 당선인이자 현 위원장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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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6월 22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방문한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북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가운데), 왼쪽은 커스티 코벤트리 현 IOC 위원장, 오른쪽은 토마스 바흐 전 위원장. 뉴스레터 사진 설명 'Guk Kim Il'은 오기로 보인다. [사진=IOC] 2025.07.28 zangpabo@newspim.com |
IOC는 이 만남을 공식 뉴스레터 '올림픽 하이라이트'(Olympic Highlights) 1면에 게재했다. 국내 유일한 IOC 문화 및 올림픽헤리티지 위원인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북한 몫 IOC 위원 복귀를 위한 공개 포석"이라며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직전 열리는 IOC 총회에서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김일국은 1966년 7월 생으로 2017년부터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IOC는 통상 차기 IOC 위원 선출을 위한 후보자 명단을 9월 집행위원회에서 정리해 이듬해 총회에 상정한다.
IOC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최근 IOC와 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김일국이다.
북한은 2018년 장웅이 IOC 명예위원으로서 사실상 퇴임한 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전직 체조 선수이자 평양체육대 총장을 역임한 스포츠 외교관인 장웅은 1996년부터 22년간 IOC 위원으로 활동했다. 정치적 색채를 배제한 중재자적 면모로, 남북 단일팀 추진과 공동입장 협상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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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북한 장웅 전 IOC 위원과 오랜 친분을 쌓은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 [사진=윤강로] 2025.07.28 zangpabo@newspim.com |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의 스포츠 외교 노선은 급변했다. 장웅이 상징했던 '개인 중심, 중립 외교'는 사라지고, '국가 주도, 체제 기반 외교'가 자리를 잡았다. 김일국은 2017년 체육상에 오르면서 북한 체육계를 총괄하며 스포츠를 체제 선전 및 대외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IOC와 갈등도 이 시기에 벌어졌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불참했다. IOC는 이를 문제 삼아 자격 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북한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복귀 무대로 삼아 국제사회에 재진입을 시도 중이다. 김일국의 이번 IOC 본부 방문과 면담은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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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면담 후 악수하는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오른쪽). [사진=윤강로] |
윤 원장은 "장웅이 개인적 카리스마와 유연한 외교술로 IOC 내 입지를 쌓았다면, 김일국은 철저히 체제와 연계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정은 시대 북한 스포츠 외교의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는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이 올해 초까지 NOC 위원장 자격으로, 유승민 현 체육회장이 지난해까지 선수위원으로 활약했으나 이제 김재열 국제빙상연맹(ISU) 회장 만이 IOC 위원으로 남아 있다.
대한체육회 국제 담당 사무차장으로 올림픽과 국제회의에서 북한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아온 윤 원장으로부터 북한 IOC 위원 선정 배경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윤강로 원장 일문일답
- 김일국의 IOC 방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흐 위원장 퇴임 전날에 코번트리 당선인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사실상 김일국을 차기 북한 몫 IOC 위원으로 낙점한 '공식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인사를 위해 만난 차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위촉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9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차기 IOC 위원 후보자 명단을 확정한 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열리는 IOC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사실 형식적인 절차에 가깝다."
- 김일국의 자격 조건은 충분한가.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와 함께 북한을 대표하는 스포츠 행정가다. 바흐 위원장이 직접 초청했고, 실제로는 하얼빈을 포함해 두 차례나 만났다는 점에서 IOC의 신임도 확인됐다."
- 윤 원장도 최근 IOC 위원 후보로 추천된 적이 있는데.
"바흐 위원장과 30여 차례에 걸쳐 서한을 교환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북한 몫 공석에 대해 내가 직접 제안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남측 대표 IOC 위원 후보로 신청해줬지만, IOC 규정상 연령 제한(70세 초과)에 걸려 성사되지 않았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