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부장 "서로 파트너이자 기회, 경쟁자나 위협으로 보지 말아야"
자이샨카르 印 외교부 장관 "어려운 시기 겪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19일 국가안보보좌관 만난 뒤 모디 총리와 면담 예정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8일(현지 시간) 인도를 방문했다. 왕 부장의 인도 방문은 3년 만으로, 5년 전 히말라야 분쟁 지역에서 충돌했던 양국이 미국의 관세 압박 속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이루어졌다.
19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전날 인도를 방문해 수브라마니얌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과 만나 국경 안정 및 무역 문제를 포함한 양국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왕 부장은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은) 정확한 전략적 이해를 수립하고 서로를 파트너이자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며 "경쟁자나 위협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국인 중국과 인도가 다른 개발도상국이 단결하고 강해지는데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이샨카르 장관도 "양국 관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차이가 분쟁이나 경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와 무역 문제를 비롯해 순례·민간 교류·강 수치 공유·국경 무역·양국 교류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생산적 논의를 했다. 이번 논의는 양국이 안정적으로 협력하면서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히말라야 분쟁 지역에서 양국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중국-인도 국경 문제 회의' 특별대표로서 전날부터 오는 20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18일 자이샨카르 외교부 장관을 만난 뒤 19일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제24차 양국 국경문제 특별대표 회의를 갖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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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중국을 방문한 수브라마니얌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중국외교부] |
블룸버그 통신은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모디 총리는 이달 말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은 7년 만이다.
인도와 중국은 약 350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슈미르, 시킴, 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국경 지역 곳곳에서 영유권 갈등을 겪다가 1962년 전쟁까지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LAC를 그은 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2020년 6월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양국 군이 충돌하며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45년 만에 처음으로 LAC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는 1962년 국경 전쟁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시 주석이 만나 국경 문제 해결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양국 관계에 변화가 감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인도와 중국의 관계 개선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인도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매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의 징벌적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인도가 미국과 '관세 전쟁' 휴전 중으로 비슷한 상황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 그 배경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 영문판은 19일자 보도에서 "왕 부장의 인도 방문 일정에 인도 총리·외교부 장관·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동이 포함된 것은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큰 중요성을 두고 있고, 잦은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칭화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 첸펑 연구부장은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인도는 미·인 관계의 한계를 인식하게 됐고, 기존의 미국 중심 정책을 재조정하고 전략적 자율성에 기반한 보다 균형 잡힌 외교로 복귀하게 됐다"며 인도가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의 관계 발전에 더욱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