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르코미술관이 중견작가를 조명하는 기획초대전의 일환이자 '작가조사-연구-비평', '중견작가 지원사업' 연계로 마련된 하이라이트 전시를 선보인다.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참여 작가 강홍구·김나영&그레고리 마스·김옥선·김지평·하차연, 그리고 노해나 학예연구사가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이고 자기 반영적인 물음을 던지며 중견작가의 매체, 시각언어, 방법론에 주목한다. 또한 작가 자신에 대한 비평을 통해 예술세계를 개진하는 중견작가의 궤적을 함축해 살펴본다. 9월 한국미술계는 프리즈와 대한민국미술축제 등 떠들썩한 장이 열리는 가운데, 전시는 이런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한발 물러나 지나간 지점에서부터 시작해 자기반영적인 물음을 던진다. 회고적인 것, 시대 착오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해 중견작가의 '오늘'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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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르코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강홍구 작가. 2025.08.21 alice09@newspim.com |
이날 최혜주 아르코미술관 운영팀장은 "이번 전시는 중견작가 5팀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나 자신,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반추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아르코미술관이 속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가들의 창작과 성장의 동반자이다. 저희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은 기존 예술위원회의 주요 사업인 '작가-연구-비평조사지원사업', '중견작가 프로모션 기획지원 사업'에 선정됐으며, 그 성과를 토대로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르코미술관 강점이자 상생이기도 했던 전시가 중견작가들의 전시였다. 이런 전시를 브랜딩하고 앞으로 더 잘 나아가고자 하이라이트 전시로 브랜딩을 하게 됐다. 9월에 대한민국미술축제가 열리는데 저희 전시도 그 일환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노해나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총 112점이 출품된다.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는 아르코 하이라이트 전시로 중견작가 5인을 모셨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시각언어, 매체, 한국미술의 자장 안에서 자신의 작업을 갱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는 특정한 주제가 있기보다 자기비평적인 것에서 출발한다. 중진작가의 궤적을 한국미술 안에서 동시대적인 작가로 어떻게 세워나가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가 매체를 선택하고 비평하는 과정이 작가의 시대성과 연관된다. 작가의 관점은 시대성을 반영하고 당대성 안에서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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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르코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강홍구 작가 작품 전시 전경. 2025.08.21 alice09@newspim.com |
제1전시실은 강홍구와 김나영&그레고리 마스의 사진과 설치를 보여준다. 강홍구는 한국 미술계에서 작가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질문하며 자신의 관점을 사진의 시선으로 드러낸다. '나는 누구인가'(1998) 연작으로부터 시작해 현재의 AI 기술 합성을 활용해 농담을 던지는 신작을 선보인다.
김나영&그레고리 마스는 다양한 출처와 유용성이 없어진 사물과 사건을 재조합하며 현재적 맥락에서 지속적인 자신의 시각언어를 갱신한다.
노 학예연구사는 "강홍구 작가는 계속 자신의 위치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자신을 B급 작가로 평하면서 독창성이나 완성도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이를 미술의 방법론으로 취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초기 작업부터 작가의 관점이나 과거에서 현재까지 매체를 이어주는 지점을 망라해 그의 태도나 관점, 시각들을 보여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2004년부터 공동 작업을 이어왔다. 이들은 서로 다른 사물이나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며 이를 '프랑켄슈타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2전시실은 김옥선, 하차연, 김지평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옥선과 하차연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이방인, 주변적 존재로 연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홈'으로 대변되는 집, 고향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 김지평 작가는 주류 동양화 담론에서 밀려난 전통을 발굴하고 배제된 전통, 즉 '재야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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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르코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작가 작품 전시 전경. 2025.08.21 alice09@newspim.com |
노 학예연구사는 "김옥선 작가는 타인을 향해가는 여정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는 추후 이를 무빙 이미지로 표현을 하게 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홈'이라는 영상은 2023년 작품이다. 영상 작품에는 국제결혼 여성과 재일교포 여성들을 찾아 떠나는 작가의 이동과 여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개개인의 인터뷰가 담긴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말하지만, 한국에서 살 수 없다고 부정한다. 작가는 국가적 정체성이 변하지 않고 유동적이고 혼종될 수밖에 없는 상태임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차연 작가는 프랑스에 살면서 거주지자 불안정한 사람들과 연대로 작업을 시작했다. 노숙인이나 난민을 다큐멘터리적인 기록과 사진, 퍼포먼스로 선보이고 있다. '스위트 홈' 영상은 파리 지하철 의자 팔걸이가 잠시 머무는 노숙인들의 수면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것에 주목한다. 작가는 의자에 스티로폼을 설치해 이를 우회하는 수면 방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 영상은 '스위트 홈' 연작의 시작으로 이후에 퍼포먼스와 영상, 다양한 사진작업으로 확장해 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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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르코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김옥선 작가 작품 전시 전경. 2025.08.21 alice09@newspim.com |
그는 "김지평 작가는 미술사, 문헌, 동양화 주류 담론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전통에 주목한다. 작가는 금기시되거나 배제돼 온 동양화의 재료와 소재, 개념을 되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부재하는 전통과 미술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없는 그림' 연작은 서화의 전통을 재해석한다. 다만 글을 그대로 재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재현 불가능성 자체를 회화의 방법론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전시에서는 5명의 참여작가와 기획팀이 주고받은 '서신 교환' 책자를 통해 작업의 뒷 이야기, 코멘터리를 작가의 말로 들을 수 있다. 또한 전시와 연계해 아카이브라운지, e-리딩룸에서는 참여작가의 비평집, 아티스트북, 도록 등을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오는 9월 5일 아르코데이 연계 도슨트 프로그램과 9월 중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아르코미술관의 대표 프로그램인 중견작가 기획전인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1, 2전시실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