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복역하다 2019년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외설적 그림이 담긴 축하 편지가 8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주도로 공개되자, 백악관이 강력히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편지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문제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서한. [사진=엑스] |
편지에는 여성 나체의 윤곽선을 그린 그림과 함께 '제프리'와 '도널드'의 대화 형식 짤막한 문장이 담겨 있었으며, 끝부분에는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도널드(Donald)'라는 서명이 적혔다.
이에 대해 테일러 부도위치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서명 이미지를 나란히 올리며 "대통령의 서명이 아니다. 명예훼손이다"라고 반박했다. 백악관도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메모에 그림을 그리거나 서명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NBC뉴스는 서명이 과거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1984년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편집장에게 보낸 서한, 1999년 경매회사 웹사이트에 공개된 서명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였다가 비판적으로 돌아선 조지 콘웨이 변호사 역시 자신이 2006년 받은 감사 편지를 공개하며 "이번 편지의 서명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기존 부인 입장은 정면으로 충돌하며,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논란은 다시 불붙고 있다. CBS뉴스는 민주당 의원들이 엡스타인의 유언장과 은행 계좌 관련 정보 등 추가 자료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명예훼손 소송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편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WSJ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외설적 편지가 앨범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짜뉴스라 규정하고 WSJ 기자와 모기업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뒷모습. 2018.08.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