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가 결국 파행으로 치러지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안일한 대회 운영이 사태를 키웠다.
KOVO는 13일 개막전만 치른 뒤 자정 무렵 "국제배구연맹(FIVB) 승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대회 전면 취소를 발표했다. 불과 몇 시간 뒤 FIVB가 조건부 개최를 승인하자 다시 대회를 재개했지만 이미 정상 운영은 불가능해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참가팀과 스폰서 몫이다. 초청팀 나콘라차시마(태국)는 한 경기도 못 뛰고 귀국길에 오른다. FIVB가 외국팀·외국인 선수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남자부 구단들은 국내 선수만으로 급하게 라인업을 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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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경기 입장권이 무료 판매되고 있다. [사진=KOVO] |
사태의 원인은 KOVO의 행정 미숙이다.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 종료 후 3주 휴식기를 의무화하고, 외국인 선수 기용 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요구한다. 그러나 KOVO는 "컵대회는 이벤트 경기"라며 ITC 절차를 생략했다. 한 구단 단장은 "상금까지 걸린 대회를 이벤트라니 말이 되느냐"며 절차 준수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뒤늦게 FIVB는 "이번 대회에 경쟁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조건 위반 시 징계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KOVO는 결국 우승 상금도 없애고 무료 관중 입장을 결정했다.
여자부 대회도 불안하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지 3주가 지나지 않아 정상 개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KOVO는 "여자 대표팀이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않아 문제없다"고 했지만, 외국인 선수 ITC 발급이 막혀 국내 선수만으로 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로 여수시와 NH농협 등 스폰서 피해도 적지 않다. KOVO는 "혼란을 드려 사과드린다"며 "보상 문제는 대회 종료 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