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배심, 의회서 허위진술한 혐의 코미 기소
NYT "2016 대선 트럼프-러시아 연계 수사에 보복"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오랜 '표적'이었던 제임스 고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더러운 경찰(Dirty Cop)'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자신의 집요한 요구 끝에 연방대배심이 코미 전 국장을 기소한 뒤 나온 반응이지만 미국 주요 언론은 보복 기소라며 규범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당신이 부패한 제임스 코미를 좋아하든 말든,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잡한 거짓말이 아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거짓이다. 그는 그것을 변명할 길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을 "더러운 경찰"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 자였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것이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그 대가로 반드시 큰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9월 상원 청문회에 나가 한 증언과 관련해, 허위 진술과 이로 인한 의회 의사 절차 방해 혐의로 전날 기소된 코미 전 국장이 당시 거짓 증언으로 자신을 모함했다며 처벌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 |
뉴저지주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 코리 부커가 2020년 9월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코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기소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연계 가능성을 조사했던 FBI 수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보복 요구가 절정에 이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코미 전 국장을 기소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뒤 나온 조치라는 것이다.
NYT는 검사들이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에 반대했지만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충성파 신임 검사장이 기소를 강행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이 '적'으로 규정한 전직 관료를 괴롭히고 처벌하며 망신을 주기 위해 취한 조치 가운데 절정"으로 꼽았다. 또 "정치적 간섭과 개인적 보복으로부터 법무부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절차적 안전장치를 희생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기소가 "법무부가 오랜 기간 지켜 온 '정치와 백악관으로부터의 거리두기 전통'을 짓밟았다"며 "더 자의적인 기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경고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