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2·3 비상계엄은 위헌인가 합헌인가" 韓에 직접 질문
韓측 "위증한 것 인정하나 고의 없었다"…나머지 혐의도 전부 부인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본인의 내란 방조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해 "비상계엄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봤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첫 재판은 시작한지 1시간여 만에 끝났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진행된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있었는데, 피고인은 비상계엄 행위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나, 합헌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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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내란방조 혐의'로 특검에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30 photo@newspim.com |
한 전 총리는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결국 시장경제, 국제적 신임도를 통해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져왔던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한 전 총리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합헌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피하며 "변호인을 통해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35분경 법원에 도착해 '어떤 마음으로 첫 재판에 왔나' '내란을 막을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 어떻게 소명할 건가'라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피고인 신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1949년 6월 18일생, 무직"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냐고 묻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이날 공판에 대한 촬영·중계를 허용하면서 향후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인터넷에 재판 영상이 공개된다.
한 전 총리 측은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위증했다는 사실관계만 인정하고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다만 변호인이 위증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그런 기억이 없어서 그런 문건이 없거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거라 (위증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추후 혐의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증은 고의 여부를 다투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모두 다투는 것으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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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내란방조 혐의'로 특검에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30 photo@newspim.com |
재판부는 특검 측에 혐의와 관련한 몇 가지 법리 판단을 다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내란) 방조가 되려면 결과의 발생을 막을 지위를 전제로 한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혐의를) 입증하라"거나 허위공문서행사 혐의와 관련해 "단지 문서를 보관하는 게 문서 용법에 따른 '행사'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내란 행위와 관련해 여러가지 사건이 진행 중이고 이 사건도 내란 관련 방조 행위"라며 "내란 공범의 범위를 어떻게 볼지 정리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범의 범위에 따라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류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 측은 "내란 행위와 관련해 어느 범위까지 외부자 혹은 내부자로 볼지 차후 의견서를 통해 밝히겠다"고 답했다.
당초 이날 첫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정황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에 대한 증거 조사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특검 측은 CCTV 영상의 군사기밀 해제 절차를 밟은 뒤 차회 공판 때 공개로 증거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검 측은 "국민적 관심도 등에 의하면 공개 재판에서 (증거 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전 총리 측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 본인 내지 변호인도 3급 기밀이란 이유로 영상을 못 봤는데, 국민적 관심이 있다고 공개해서 한다면 여론 재판화하는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개인 사정으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열리는 오전 공판에서 CCTV 영상 및 서증에 대한 증거 조사를 진행하고, 오후 공판에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