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립공원 숲 결혼식' 사업에 35억 투입
취약계층 예비 신혼부부 '스드메' 전방위 지원
전문가 "가성비 좋은 결혼장려 정책 제공 바람직"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예비 신혼부부 김민정(가명) 씨는 결혼식장 투어를 중단했다. 생각보다 높은 예식비용에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대신 김민정 씨는 숲 결혼식을 알아보고 있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소백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숲 결혼식장 조성 사업을 신규로 시행한다. 이를 위해 국가 재정 35억원을 투입한다. 국립공원 문화자원 이용을 독려해 결혼비용 절감에 앞장선다는 목표다.
정부는 내장산·소백산·북한산 등 국립공원 내 3곳에 결혼식장을 추가로 마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할 수 있게 한다. 취약계층 예비부부에게는 꽃장식, 메이크업, 사진 촬영 같은 부대 비용도 지원한다. 사실상 결혼비용이 '0원'이 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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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제2연화봉서 열린 결혼 [사진 = 소백산북부사무소] 2023.06.13 baek3413@newspim.com |
올해 5주년을 맞이하는 '국립공원 숲 결혼식'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청년층, 다문화계층 등을 대상으로 전국 국립공원에서 총 133회 진행됐다. 그동안 숲 결혼식은 생태탐방원 9곳과 국립공원 5곳에서 진행됐다.
다만 내년부터는 중앙정부 재정을 지원해 더 안정적인 국립공원 숲 결혼식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또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실내 결혼식장도 조성한다.
정부는 결혼식뿐만 아니라 웨딩촬영만 원하는 예비 신혼부부를 위해 '숲 웨딩촬영'도 지원한다.
국립공원의 자연경관 44곳을 '숲 결혼사진 명소'로 지정하고, 웨딩촬영을 희망하는 예비 신혼부부가 결혼사진 촬영을 사전에 예약할 경우 국립공원공단 직원의 안내 아래 결혼사진 촬영을 위한 차량 출입이 허용된다.
숲 결혼식장과 숲 웨딩촬영은 예비 신혼부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결혼서비스 시장은 청년층의 소비 관심도가 높으나 불투명한 가격정보로 소비자 피해가 빈번해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지난 2021년 소비자원이 실시한 소비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30대는 의료, 교육 분야에 각각 76.8점, 76.1점의 만족도를 기록했지만 결혼 분야는 68.2점에 그쳤다.
또 2020년 기준 홈페이지에 상품별로 세부 가격을 표시한 예식장은 8.0%에 불과하며 소비자의 44.6%는 스튜디오, 드레스 등 결혼서비스업체 비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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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국립공원 친환경 결혼식 [사진=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2022.09.26 kh10890@newspim.com |
결혼서비스 시장은 상품 구성과 가격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합리적 비교가 어렵고 과도한 추가 요금 요구 등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원이 지난달 18∼29일 결혼서비스 업체 504곳을 대상으로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결혼 패키지에 대한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체 결혼서비스 평균 비용은 2160만원으로 두 달 전보다 4.1% 상승했다.
이에 정부가 앞장서 이른바 '스드메'에 대한 신혼부부의 부담을 확 낮춘다는 목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립공원 숲 결혼식에 대한 예비 신혼부부의 수요에 맞게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며 "내년 총 50~100쌍의 신혼부부가 숲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인구정책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초저출생은 기본적으로 모수가 되는 결혼커플의 감소에서 찾아진다"며 "즉, 모수를 늘리려면 결혼을 독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차원에서 가성비 좋은 결혼환경의 제공 정책은 바람직하다"며 "결혼 없는 출산도 중요하지만, 사회질서인 결혼장려를 통해 출생유도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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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