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DF2 매달 80억~100억 손실…철수냐 잔류냐 중대 결단 고심
철수 후 재입찰 시나리오까지 거론…시내면세점 수요 회복도 과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사장)가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계디에프(면세점)의 소방수로 투입됐다. 지난달 29일 첫 출근부터 임원 상견례와 현안 보고 일정을 연달아 소화하며 숨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 면세 사업의 최대 난제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2 구역 철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이 대표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매달 80억~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인천공항 면세 사업은 지난해 연간 적자 전환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 '위기 관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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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신세계디에프 신임 대표이사. [사진= 신세계그룹] |
◆'76세 베테랑 CEO' 이석구, 소방수로 전면에
1일 신세계디에프에 따르면 이석구 신임 대표는 지난달 29일 사무실에 첫 출근한 직후 신세계디에프 임원들과 상견례를 갖고 현안 보고를 받으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인물로, 면세사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1949년생인 이 대표는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홍콩지사 부장과 경영관리실 이사보를 지낸 뒤 1999년 신세계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상무로 발탁되며 신세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마트 지원본부장 부사장과 조선호텔 대표를 거쳤고, 2007년부터 11년간 스타벅스코리아(현 SCK컴퍼니) 대표를 맡아 장기 흑자를 이어갔다. 사이렌오더와 드라이브스루 도입도 그의 성과다.
2023년부터 이끌던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는 단독 패션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해 불리한 업황 속에서도 성과를 거두며 '위기 대응형 리더십'을 재확인했다.
신세계디에프 사령탑에 앉은 이석구 대표가 맞닥뜨린 경영 환경은 험난하다. 신세계디에프는 2023년 인천공항 1터미널 DF2·DF4 구역 운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당시 최저 입찰가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을 써내며 '과감한 베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매출은 정체됐고, 높은 임대료 부담은 실적을 짓눌렀다. 그 결과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359억원, 올해 상반기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신라면세점(DF1)과 함께 지난 5월 법원에 인천공항 DF2에 대한 임대료 감액 조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인천공항공사에 신세계는 27%, 신라는 25% 임대료를 인하하라는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신라면세점은 DF1 구역 사업권을 반납하며 인천공항 철수를 최종 선택했다. 반면 신세계디에프는 결정을 미루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어,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신세계디에프의 새 수장인 이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내달 또는 11월 중 DF1·DF2 구역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17일까지 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만큼, 신세계디에프의 최종 결정에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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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진. [사진=뉴스핌DB] |
◆철수냐, 잔류냐…이 대표의 첫 결단은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추석 연휴 직후 본격적인 업무보고를 받은 뒤 DF2 구역 향방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철수냐, 경험과 전략을 바탕으로 한 체질 개선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이 대표의 '수익성 중심' 경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적자 누적 매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운영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DF2를 접는 것이 향후 운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공항 면세점이 국내 면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완전 철수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사업권을 반납한 뒤 낮은 임대료 조건으로 재입찰에 나서는 '전략적 철수'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미 면세 업계 전반에 현재 임대료가 높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법원 조정 과정에서 제시된 감정 결과에 따르면 재입찰 시 임대료가 기존보다 25~40%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항점뿐 아니라 시내면세점도 고민거리다.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다이소 같은 로드숍으로 이동하면서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사무실에 없는 CEO'라는 별명답게 현장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존 영업본부 산하에 있던 면세점 점포를 대표 직속으로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요 점포를 직접 관리하며 적자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한 MD담당과 물류담당을 통합해 MD총괄 체제로 개편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믿을맨'인 이석구 대표를 투입한 것은 그룹이 면세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인천공항 철수 여부에 대한 결단이 업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