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 "임대료 40% 인하해야...응하지 않을 시 철수" 강경
인천공항공사 "법적 요건 미충족…인하 요구 수용 불가" 맞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셧다운(shut down)'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조정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면세점은 "현행 임대료를 40% 인하하지 않으면 철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의 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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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인천공항, 임대료 협상 '보이콧'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 2차 조정 기일이 2주 뒤인 오는 28일로 연기됐다. 이는 면세점 측이 최근 임대료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조정기일 연기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임대료 감정은 인천지방법원이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이뤄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7일 법원에 제출한 감정서에서 "재입찰 시 임대료 수준이 기존 대비 약 40% 하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인과 내국인의 소비 패턴 변화로 전통 강세 품목인 화장품·향수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임대료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사 측은 "신라·신세계가 제시한 민법 628조의 차임 감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이 상태에서 조정에 응할 경우 배임·특경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가 있고,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입찰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면세점 측 임대료 인하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사안은 10년 계약 기간(2023년 7월~2033년 6월) 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과다 투찰에 따른 경영 책임을 회피하고 공항공사에 문제 해결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입찰 당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은 DF1(향수·화장품) 5346원, DF2(주류·담배)의 경우 5616원이었다. 그러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측은 공사가 제시한 금액보다 높은 8987원(168%), 9020원(161%)을 각각 제시해 경쟁사를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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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 모습. leehs@newspim.com |
◆면세점 "더는 못 버텨...임대료 40% 인하해야" 강경
면세점 측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요 급감,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고정 임대료 구조적 문제 등으로 영업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임대료를 매출 연동이 아닌 여객 수(출국자 수)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방식이 적자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하는 만큼 공항 이용객 수가 늘면 임차료도 상승하게 된다. 두 면세점의 객당 임차료는 각각 8987원, 9020원으로 인천공항 월평균 출국자 수가 약 30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달 300억원 가량, 매년 4000억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여기서 문제는 여객 수 집계에 면세품 매출과 무관한 영·유아나 수학여행 학생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삼일회계법인 역시 감정서에 현 임대료 산정 방식의 구조적 문제를 짚기도 했다. 감정서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 임대료 객단가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출국객 수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쟁점이 된 면세구역의 매출은 연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대료를 고려하면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DF1 구역의 내년 매출은 7132억원, 임대료 차감 전 영업이익은 1978억원이지만, 임대료 3173억원을 차감하면 119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2033년까지 매년 임대료를 고려하면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두 면세점 측은 기존 임대료에서 40%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입찰 감정 결과에서도 현 임대료가 시장가보다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40% 수준의 인하가 이뤄져야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며 "계약 기간이 아직 8년이 남았는데 그간 영업 적자를 감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대료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철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