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원 이후부터 외국인, 환 헤지로 매도 전략"
개인, 미국 주식·ETF 매수 2880억달러 돌파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서며 급등한 이후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개인의 미국 주식 쏠림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원화 약세 국면에서 포지션을 축소하고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매도를 강화했고, 개인은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주식·ETF(상장지수펀드)를 사들이며 달러 수요를 키우는 흐름이다. 두 방향의 자금 이동이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수급 공백'에 놓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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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초 코스피 시장에서 4일 2조2000억원, 5일 2조6000억원, 6일 1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사흘 동안 총 6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 후반에서 1460원대 초반까지 단기간에 상승했고, 외환·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외국인의 매도는 단순한 차익실현 흐름이 아니라 원화 약세 국면에서 반복되는 위험 관리 성격의 매도로 진단된다. 최근 원화 약세 구간에서 단기물 포지션을 줄이는 동시에, 보유 자산의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 매도가 겹치는 전형적 흐름이다.
국내 수급을 약화시키는 또 다른 축은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개인의 미국 주식·ETF 매수 금액은 2880억7827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수 규모(2602억5153만 달러)를 넘어섰다.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형 기술주와 AI(인공지능) ETF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금이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졌다.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는 달러를 직접 매입해 해외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환율이 뛸수록 달러 수요를 더 자극하는 구조다. 외국인의 매도와 개인의 달러 매수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겹친 셈이다.
결국 최근 원화 약세는 외국인 매도, 개인 해외투자 확대, 수출기업 네고 축소, 기관 환헤지 감소 등 국내 고유의 수급 요인이 결합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460~1480원 구간에서 일부 환헤지가 나타날 수 있으나 변동성이 커지면 상단 압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장중에도 환율·수급 변동성은 이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7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나흘 연속 고점 경신 우려가 제기됐지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투기적 쏠림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하자 20원 가까이 급락해 145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환율이 빠르게 진정됐음에도 외국인의 매도는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뉴욕 증시 급락 여파가 국내에까지 번진 것이 단기적인 매도 요인이 됐으나, 중기적으로는 외국인이 환율 급등기에 이미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환율이 하락했다고 해도 헤지성 매도 사이클이 바로 멈추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