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열풍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지출이 올해 미국 기술주 랠리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조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이달 7~13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투자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다'는 응답은 순 20%로 집계됐다. '그렇다'란 응답이 부정 응답을 20%포인트(p) 앞섰다는 의미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AI 설비투자(capex) 규모와 그 조달 방식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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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데이터센터 [사진=블룸버그] |
조사에 참여한 펀드매니저(운용 자산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절반 이상은 AI 관련 주식이 이미 '버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45%는 AI 버블을 시장과 글로벌 경제의 최대 '테일 리스크(tail risk·통계에서 극단적으로 낮은 확률로 발생하지만, 실제로 발생하면 시장이나 경제에 매우 큰 충격과 손실을 줄 수 있는 위험)'로 꼽았으며, 이는 지난달 33%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나 미국 소비 둔화보다도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AI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투자 확대는 미국 기술주 랠리를 견인해 왔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초의 '5조 달러 기업'이 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투자 속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나오며 최근 월가에서는 조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이날 1.2% 하락했고, 이달 들어 5% 넘게 떨어졌다. 현재 투자자들의 시선은 19일 뉴욕증시 마감 후 발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으로 쏠려 있다.
AI 투자 붐은 신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AI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2,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시장에서는 '발행 홍수(flood)'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T 로우 프라이스의 안톤 돔브롭스키 채권 포트폴리오 스페셜리스트는 "AI 투자의 주요 자금원이 공공·민간 신용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급속한 증가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 확대가 올해 주가 상승을 떠받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클레이즈는 하이퍼스케일러와 중소형 기업을 포함한 누적 AI 관련 투자가 2029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BofA의 종합 투자심리지수는 현금 비중, 주식 비중, 성장 전망 등을 반영한 결과 올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정책으로 시장을 흔들기 직전 수준이다.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현금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3.7%까지 낮아졌다. BofA는 과거 이 같은 수준은 향후 1~3개월 내 주가 하락과 국채 시장 랠리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