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라건아(36·한국가스공사)의 세금 문제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KBL과 구단, 선수 사이에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던 '세후 연봉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라건아는 2024년 1~5월 KCC에서 뛴 뒤 6월 한국가스공사로 팀을 옮기면서 그해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본인 명의로 납부했다. 규모는 약 4억 원대로 알려졌다. 라건아 측은 2021년 KCC와 맺은 계약이 세후 연봉 기준이었고, 계약서에 "소득세는 구단이 부담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낸 세금 상당액을 KCC가 돌려줘야 한다며 최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KCC는 정면 반박하고 있다. KCC가 계약 당시 라건아는 귀화선수 신분이었다. 이후 KBL 이사회에서 라건아를 외국인 선수로 전환하고 세금 부담 주체를 '최종 영입 구단'으로 정하는 결정이 내려져 이제 와서 세금을 모두 떠안으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법적으로는 '한국인', 리그에선 '외국인'
사태의 뿌리는 라건아의 신분 변화에 있다. 라건아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국가대표를 병행하며 귀화선수 자격으로 KBL에서 뛰었다. 이때는 법적으로 내국인에 해당해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약 49.5% 수준)을 적용받는 구조였다. 이후 외국인 선수 제한 등 여러 논의 끝에 KBL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라건아의 귀화선수 계약을 불허하고, 외국인 선수처럼 계약하도록 하는 방침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선수의 세금 처리에 대해 "해당 연도 마지막으로 영입한 구단이 그해 소득세를 부담한다"는 원칙이 정해졌다. 라건아를 기준으로 하면 2024년 소득세는 최종 소속팀인 한국가스공사가 책임지는 구조다. KBL과 일부 구단은 이 점을 들어 "세금 부담 주체는 제도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라건아는 "자신은 세후 연봉을 기준으로 KCC와 계약했고, 실제로 세금을 본인이 납부했으니 계약 구단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 가스공사도 "선수 자율 정리" 입장…'규정과 계약'의 괴리
한국가스공사 역시 난처한 상황이다. 가스공사 측은 라건아와 계약 당시 세금 정리에 대해 "선수 본인이 부담하는 쪽으로 정리됐다"는 취지로 내부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규정상으로는 최종 영입 구단이 세금을 책임지는 구조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는 선수와 구단 사이의 개별 합의에 맡겨진 셈이다.

결국 이번 분쟁은 KBL 이사회에서 정한 원칙과 개별 계약서에 적힌 조항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와 라건아 사이의 구체적 합의 내용까지 얽히면서 KBL 전체의 세금·계약 관행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KBL 세후 연봉 관행…손봐야 할 '시한폭탄'
농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터질 게 결국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와 일부 스타급 선수 계약에서 세후 연봉 관행이 이어져 왔지만 세금 신고와 납부 주체, 환급·추징 발생 시 책임 소재가 계약서에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건아와 KCC의 소송 결과에 따라 과거 유사 계약을 맺었던 구단·선수들 사이에서도 추가 분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라건아는 올 초 국가대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한국 농구의 '상징적인 빅맨'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선수의 세금 분쟁이 공개 소송전으로 번졌다는 사실 자체가 리그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법원의 판단에 앞서 이번 사태가 KBL이 세후 연봉과 세금 규정 등을 투명하게 손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