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스프레드, 0.501%포인트로 확대
SKT·KT 등 대기업, 회사채 발행연기·축소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70원을 웃도는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고환율이 시장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회사채 발행 연기와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만기 3년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신용등급 AA- 기준)의 금리 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이날 0.501%포인트(p)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7일(0.392%포인트)까지만 해도 0.3%p대까지 좁혀졌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불과 한 달 만에 상승세가 가파르다.
통상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는 위험 회피와 신용위험 증가 신호로 해석된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비상계엄 직후인 올해 1월 2일 연중 최고치인 0.69%p까지 벌어진 바 있다.
스프레드 확대의 기본 배경은 '불안한 경기' 상황이지만 '고환율'이 상당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때마다 급격히 상승했기 떄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고환율에 따른 물가 부담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표현을 뺐다.
금리 급등과 고환율이 겹치자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도 연말 발행 예정이었던 회사채 발행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SK텔레콤(AAA급)은 이달 발행 예정이었던 2400억원대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년 1분기(1~3월)로 미뤘고, KCC글라스(AA급)도 1500억원대 회사채 발행 일정을 내년 1분기로 조정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매년 1, 2월 중에는 퇴직연금 등 기관들의 자금집행으로 채권수요가 풍부한 연초효과가 나타나고, 이를 겨냥해 회사채 발행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동향을 파악해보면 연초 회사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SK텔레콤과 KCC글라스가 발행을 잠정 중단하고 내년 상반기로 발행일정을 연기했다"며 "현재로서는 다수 기업들이 금리급등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을 우려해 발행을 내년 3, 4월 정도까지 미루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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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1500억원 발행 계획을 1200억원으로, HDC는 1000억원 발행 계획을 500억원으로 축소했다. SK온 또한 1500억원 발행에서 1000억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고환율로 기업들의 달러표시 채권(달러채) 등 외화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자연스레 외화채 이자율 부담이 커지고, 원화로 환산한 원리금 상환액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고환율은 기업의 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조달 여건을 악화시킨다"며 "대기업도 신규 차입 시 과거보다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약 91조1754억원)의 약 35.5%(약 32조3928억원)가 내년 1분기(1~3월)에 몰려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y2kid@newspim.com













